권노갑씨 14가지 병명으로 보석신청

  • 입력 2002년 6월 12일 18시 29분


김은성(金銀星) 전 국가정보원 2차장을 통해 MCI코리아 소유주 진승현(陳承鉉)씨의 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권노갑(權魯甲) 전 민주당 고문의 보석 여부를 놓고 법원이 고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첫 공판에서 권 전 고문이 혐의를 부인한 데다 심리도 충분히 진행되지 못해 쉽게 보석 결정을 내릴 수 없는 상황이나 권 전 고문이 건강상 이유로 수감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 전 고문의 변호인단은 최근 “70세인 권 전 고문이 백내장 고혈압 당뇨병 등 갖가지 질환에 시달리고 있으니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며 보석 신청서를 냈다.

신청서와 함께 제출된 강북 모 종합병원의 소견서에는 관절염 치질 외에 정신적인 결벽증까지 포함해 14가지 병명이 적혀 있다.

이에 대해 재판을 맡은 서울지법 형사10단독 박영화(朴永化) 부장판사는 “의도없이 작성된 소견서라고 보기에는 질병의 수나 내용이 지나치지 않느냐”며 변호인 측에 의문을 표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호인 측은 “수감이라는 극단적 스트레스와 부적절한 위생상태 등 때문에 합병증이 급성으로 발전될 경우 생명까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주장을 계속하고 있다. 첫 공판에서는 “(치질 등 때문에) 앉아 있기 어렵다”며 서서 재판을 받도록 해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박 부장판사는 일단 종합적인 건강상태 검증과 구치소 병상조회, 외부 자문 등을 통해 사실을 정확히 확인한 뒤 보석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박 부장판사는 “권 피고인의 상태를 정확히 알기 위해 의사의 진단서가 첨부된 보석신청서를 신중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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