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지김 유족, 국가-윤태식-장세동씨 상대 100억대 손배소

  • 입력 2002년 5월 24일 18시 22분


87년 홍콩에서 살해당한 수지 김(한국명 김옥분)씨의 유족 10명은 24일 “사건의 진상을 은폐하고 간첩가족으로 몰아 큰 정신적 고통을 줬다”며 김씨를 살해한 남편 윤태식(尹泰植·구속)씨와 국가, 장세동(張世東) 전 안전기획부장 등을 상대로 모두 108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서울지법에 냈다.

유족들은 소장에서 “장세동씨가 사건 당시 윤씨의 살인범죄를 알고도 적극적으로 사건을 은폐 조작해 김씨를 간첩으로 몰았고 경찰과 국가정보원은 이후 진상을 보고받고도 이에 대한 내사를 중단시켜 가족들의 명예회복 기회를 빼앗았다”고 주장했다. 유족들은 “간첩 가족이라는 이유로 사회적 비난과 멸시를 당하면서 정신병을 얻어 숨지거나 직장에서 쫓겨났고 이혼당하는 등 가정파탄까지 겪었다”며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징벌적 차원에서 거액의 손배소송을 내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소송비용 3800만원 중 2800만원은 독지가의 도움으로 마련했지만 나머지 1000만원은 부담할 경제적 능력이 없다며 소송구소 신청도 함께 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수지 김 살해사건’ 수사를 통해 사건의 범인으로 밝혀진 패스21 대주주 윤씨를 구속기소했지만 장 전 안기부장은 소멸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형사처벌 대상에서 제외했다. 변호인단은 “민사소송도 소멸시효(사건발생일로부터 10년)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국가의 사건은폐 행위가 14년 동안 계속돼온 만큼 반인륜적 범죄에 대해 소멸시효 만료를 내세우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해 재판 과정에서 공방이 예상된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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