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에 눈물 글썽

  • 입력 2002년 5월 17일 18시 44분


“지혜롭지 못한 처신에 책임을 지고 구속영장 실질심사 없이 법원의 판단에 따르겠습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는 18일 0시경 법원의 영장실질심사를 받자는 조석현(曺碩鉉) 변호사의 요청을 완곡히 거절했다.

조 변호사는 서울지검 11층 특수조사실 1102호에서 홍걸씨에게 실질심사를 받으라고 10분 이상 설득했으나 홍걸씨는 담담하게 실질심사 포기서에 서명했다.

조 변호사는 “실질심사에 대한 홍걸씨와 나의 생각이 많이 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나는 실질심사를 받으라고 강하게 권유했으나 본인이 지혜롭지 못한 처신에 달게 질책받겠다며 끝까지 뜻을 굽히지 않았다”고 전했다.

17일 밤 주임 검사인 임상길(林相吉) 서울지검 특수2부 부부장이 구속영장 청구 방침을 전하자 홍걸씨는 말 없이 고개를 떨구었다. 홍걸씨의 눈가에는 눈물이 고였다.

홍걸씨가 이틀 동안 조사받은 특조실 1102호는 공교롭게도 13년 전 당시 평민당 총재였던 김 대통령이 밀입북 혐의로 구속된 서경원(徐敬元) 당시 평민당 의원에게 1만달러를 받았는지를 15시간 동안이나 추궁당했던 특조실 1101호와 벽 하나 사이였다.

홍걸씨는 이날 조사를 받으며 최규선(崔圭善)씨와 함께 기업체 관계자들을 만난 사실, 최씨를 통해 13억원 상당의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주식을 받아 차명보유한 사실 등은 순순히 시인했다.

그러나 “최씨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주는 돈이라고 생각했을 뿐 이권에 개입한 적은 없다”며 나름의 방어논리를 폈다고 검찰 관계자는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의 ‘공격’은 만만치 않았다. 임 부부장과 함께 수사팀의 김태영(金泰永) 이정만(李廷萬) 검사가 직접 홍걸씨 조사에 참여해 그동안 확보한 증거들을 토대로 강도 높게 추궁했다. 임 부부장은 수시로 철문을 열고 나와 차동민(車東旻) 부장검사실을 오가며 ‘작전회의’를 했다.

홍걸씨는 이날 밤 특조실 침대 위에 누워서도 거의 잠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홍걸씨는 어머니 이희호(李姬鎬) 여사가 조 변호사를 통해 건네준 성경 묵상집 ‘생명의 삶’을 읽으며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애썼다고 한다.

이에 앞서 수사팀은 17일 오전 2시 1차 조사를 마친 뒤 홍걸씨에 대한 신문 내용을 정리하고 추가 신문을 준비하느라 꼬박 밤을 새웠다.

홍걸씨는 하루 종일 식사도 제대로 못한 채 수사팀과 마주 앉기를 되풀이했다.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와 최규선씨 등에 대한 조사도 하루 종일 계속됐고, 그때마다 ‘대가성’에 대한 공방도 팽팽하게 이어졌다.

그러나 검찰은 홍걸씨의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였다. 김회선(金會瑄) 서울지검 3차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검찰이 대가성 있는 돈이라고 의심하는 부분이 있으니까 홍걸씨를 추궁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상록기자 myzodan@donga.com

길진균기자 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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