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걸씨에 대한 주식로비의 진상

  • 입력 2002년 5월 17일 17시 12분


김홍걸(金弘傑)씨와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善)씨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에게서 '이중(二重) 로비'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수사 결과 김씨와 최씨는 송씨에게서 TPI 주식을 받은 뒤 대금을 그 이전에 송씨에게서 받은 돈으로 지불한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또 주식 전달 시점이 지난 해 2월 송씨가 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직후였던 것으로 드러나 이 주식이 청탁의 '대가'일 것으로 검찰은 판단하고 있다.

최씨는 지난 해 4월27일 TPI 계열사인 임팩프로모션 사장 오창수씨의 계좌에 TPI 주식 11만5000주에 대한 매입대금 3억4500만원을 입금시켰다. 돈은 차명계좌 6개에서 빠져나갔으며 주당 3000원의 헐값이었다.

이 가운데 6만6000주는 홍걸씨의 소유인 것으로 드러났다. 최씨는 6개의 계좌 가운데 홍걸씨의 동서인 황인돈씨의 회사 직원 등 3명의 계좌를 통해 이 주식의 매입대금을 지불했다.

최씨는 "홍걸씨에게 '당신 몫의 TPI 주식을 사뒀다'고 전하자 홍걸씨도 이를 받아들였다"고 진술했다고 검찰은 전했다.

검찰은 주식 양도 시점을 대금이 입금된 시기보다 50일 이상 앞선 3월5일 이전으로 보고 있다. 이는 최씨가 11만5000주 가운데 2만6000주를 전 여비서 문모씨 명의로 보유했고, 이 주식을 지난 해 3월5일 콘크리트 및 기계제조 업체인 D사 사장 박모씨를 통해 S투자자문사에 파는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또 계좌추적을 통해 최씨가 지불한 주식 매입대금 3억4500만원이 이전에 송씨가 주식을 팔아 최씨에게 전달했던 24억원의 일부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결국 최씨는 송씨가 준 돈으로 송씨의 주식을 헐값에 사 주식 일부를 홍걸씨에게 분배한 셈이다.

또 주식 매입대금이 빠져 나간 차명계좌 6개 가운데 2개는 김희완(金熙完·도피중)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전직 운전사와 친구의 것으로 밝혀져 김 전 부시장도 최씨를 통해 주식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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