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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5월 13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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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수야, 우리 택수 왔네. 어디 보자 다리에 살이 많이 올랐구나.”
11일 오전 대구 달서구 도원동 대곡중학교 교정. 휠체어를 탄 김택수(金澤洙·17·대구 영남고 2년)군이 어머니 김혜숙(金惠淑·45)씨와 함께 모교인 대곡중에 들어서자 이성희(李成姬·46) 교사가 이들을 반갑게 맞았다.
근육세포가 죽어가는 병을 앓고 있는 택수군에게 이 교사는 아주 특별한 존재다. 택수군이 초등학교 5학년 때 근육병이 나타나 생사의 갈림길에 놓여 있을 때 이 교사를 만나 새 삶을 찾았기 때문이다.
택수군이 이 교사를 만난 것은 98년 중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서부터. 택수군의 담임을 맡았던 이 교사는 희귀병으로 고통받는 택수군이 늘 마음에 걸렸다.
“당시 근육병은 불치병으로 알려져 있었어요. 너무나 안타까웠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어요. 나중에 신문에서 이 병도 미국에선 수술할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그냥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이 교사는 99년 5월 택수군의 수술비 모금 운동에 앞장섰다. 수술비는 2억원. 교사와 학부모, 아파트 주민, 학교 주변 상인들이 뜻을 모았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길거리 모금 운동을 펴기도 했다.
택수군이 지난해 1월 서울에서 미국 의료진에 근육세포 이식수술을 받기까지 모인 성금은 2억2500만원. 가정형편이 너무 어려워 수술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택수군 가족은 비로소 희망을 갖게 됐다.
중학교 3년 동안 택수군의 담임을 맡았던 이 교사의 제자 사랑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택수군이 고교에 진학하자 마침 같은 학교에 들어간 자신의 아들을 같은 반에 배치되도록 해 택수군을 돌보도록 한 것.
택수군은 “선생님은 어머니와 같은 존재”라며 “꼭 건강을 되찾아 선생님 은혜에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