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3월 양평산장 일가족 4명 사기범 검거

  • 입력 2002년 5월 9일 18시 39분


올 3월25일 경기 양평군 중미산 휴양림 내 통나무 산장에서 소모씨(42·서울 강남구 삼성동) 등 일가족 4명이 불에 타 숨진 것은 소씨로부터 투자 명목으로 거액을 받은 40대 사기범이 사기 행각을 은폐하기 위해 살해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기 양평경찰서는 9일 정모씨(45·무직)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현모씨(40·6급 공무원)와 김모씨(25·여)에 대해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1999년 소씨의 집 주변 테니스장에서 소씨 부부를 처음 만나 ‘서울대 명예교수’라며 접근한 뒤 ‘정선 카지노를 인수하면 총지배인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10월 소씨로부터 카지노 투자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정씨는 올 3월25일 오후 7시경 ‘카지노 사업에 앞서서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며 소씨를 중미산 통나무 산장으로 불러들여 전자충격기로 실신시킨 뒤 흉기로 살해한 혐의다.

정씨는 이어 소씨의 부인(41)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14·중 3년), 딸(12·중 1년)을 데리고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한 뒤 이들을 통나무 산장으로 유인해 같은 날 오후 10시경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소씨 등 일가족 4명의 시체가 있는 통나무 산장 2곳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 2통을 뿌린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체포된 현씨와 김씨는 정씨의 범행내용을 자세히 모른 채 사건 당일 정씨에게 휘발유 2통을 사다주거나 범행에 사용한 전자충격기를 사다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에서 “소씨에게 약속했던 카지노 인수 시기가 다가오는 데다 일가족 4명이 내 얼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죽일 계획을 세웠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양평〓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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