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양평경찰서는 9일 정모씨(45·무직)에 대해 살인 등의 혐의로, 현모씨(40·6급 공무원)와 김모씨(25·여)에 대해 살인방조 등의 혐의로 각각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정씨는 1999년 소씨의 집 주변 테니스장에서 소씨 부부를 처음 만나 ‘서울대 명예교수’라며 접근한 뒤 ‘정선 카지노를 인수하면 총지배인을 시켜주겠다’고 속여 지난해 10월 소씨로부터 카지노 투자금 명목으로 1억8000만원을 받아 챙겼다.
정씨는 올 3월25일 오후 7시경 ‘카지노 사업에 앞서서 교육받을 필요가 있다’며 소씨를 중미산 통나무 산장으로 불러들여 전자충격기로 실신시킨 뒤 흉기로 살해한 혐의다.
정씨는 이어 소씨의 부인(41)에게 전화를 걸어 아들(14·중 3년), 딸(12·중 1년)을 데리고 양평 ‘만남의 광장’ 휴게소에서 만나자고 한 뒤 이들을 통나무 산장으로 유인해 같은 날 오후 10시경 같은 방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조사 결과 정씨는 소씨 등 일가족 4명의 시체가 있는 통나무 산장 2곳에 미리 준비한 휘발유 2통을 뿌린 뒤 불을 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함께 체포된 현씨와 김씨는 정씨의 범행내용을 자세히 모른 채 사건 당일 정씨에게 휘발유 2통을 사다주거나 범행에 사용한 전자충격기를 사다 준 것으로 드러났다.
정씨는 경찰에서 “소씨에게 약속했던 카지노 인수 시기가 다가오는 데다 일가족 4명이 내 얼굴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모두 죽일 계획을 세웠다”고 범행 동기를 진술했다.
양평〓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