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權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

  • 입력 2002년 5월 1일 18시 27분


권노갑(權魯甲) 전 최고위원은 평소 자신의 정치자금과 관련해 ‘정거장’론을 피력해왔다.

정치자금을 받으면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건네주기 때문에 호주머니에 돈이 남아 있는 일이 없다는 얘기다. 실제 그의 측근들 사이에서도 “‘권 보스’(권 전 최고위원의 별명)의 돈은 보는 사람이 임자”란 말이 나돌 정도로 그는 인심이 후했다.

그러나 그의 공개된 수입은 부인이 운영하는 서울 영등포역 돈가스 집에서 매월 나오는 1000만원선과 서울 대치동 식당에서 버는 수백만원 정도다. 따라서 막대한 정치자금을 충당하는 데는 다른 자금조달 루트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민주당 안팎의 일반적 시각이다.

정치권에서는 40년 가까이 정치를 해오며 인간관계로 맺어진 오랜 후원자들, 특히 그의 출신학교인 목포상고와 동국대 인맥 및 광주 목포 출신 기업인 등이 주요 정치자금 제공원일 것으로 보고 있다.

야당 시절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대리인 자격으로 재계 인사들을 상대하며 구축한 인맥이 아직 가동되고 있다는 얘기도 있다.

권 전 최고위원의 씀씀이는 여당이 된 뒤 더욱 커져 총선 때나 당내 경선 때 후배 정치인들에게 금전적인 지원을 해준 것은 공공연한 비밀처럼 돼 있다.

2000년 8월 민주당 최고위원 경선 때에는 김근태(金槿泰) 정동영(鄭東泳) 의원에게 2000만원씩 도와준 것 외에 다른 3명의 출마자에게도 자금을 지원, 모두 1억원 이상의 돈을 쓴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0년 4·13총선(16대)을 전후해서도 그는 몇몇 소장파 의원들에게 사무실 운영비 명목으로 모두 1억원 이상을 지원했다는 설이 나돌았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16대 총선 때 모 인사가 권 전 최고위원에게 ‘누구 도와줄 사람 없느냐’고 문의하자 수도권지역에 첫 출마한 지구당위원장을 지명해 2000만원이 건네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제3자를 통한 지원사례까지 따지면 권 전 최고위원이 직간접적으로 지원한 자금은 16대 총선 때만 최소 수억원대의 규모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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