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규씨 복표사업자 선정 개입의혹

  • 입력 2002년 4월 18일 06시 43분


해외도피 중인 경찰청 특수수사과 최성규(崔成奎·52·총경) 전 과장의 부하 직원들이 지난해 1월경 체육복표 사업자 선정작업을 벌이던 국민체육진흥공단 복표사업단을 방문해 조사를 벌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공단 관계자는 17일 “당시 특수수사과 형사 3명이 찾아와 복표사업 절차를 문의했고 공단이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을 상대로 실시한 평가 과정도 조사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 등을 배경으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는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씨의 비리에 연루돼 해외로 도피한 최 전 과장이 복표 사업자 선정 과정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

더구나 대통령 친인척 관련 사안을 주로 다루는 특수수사과가 이런 조사를 벌였다는 점에서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은 같은 해 2월 TPI와 사업자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재 TPI는 체육복표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의 대주주이다.

또 최씨의 비서 천호영(千浩榮)씨는 검찰에서 “최씨가 2000년 12월 TPI 대표 송재빈(宋在斌)씨에게 전화를 걸어 ‘(체육복표 사업자) 심사위원들이 합숙에서 나온다. 다 잘됐다. 걱정 말아라’는 말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천씨는 “송씨가 지난해 2월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된 뒤 최씨에게 돈과 주식을 줬다”고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편 최씨는 11일 오전 신건(辛建) 국가정보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구명 로비를 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최씨는 당시 검찰 출두를 앞두고 최 전 과장과 김희완(金熙完)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 등 7, 8명과 함께 대책을 논의하던 중 신 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고 국정원측은 밝혔다.

국정원측은 “그러나 신 원장이 최씨에게 ‘그 일은 국정원장과 상의할 일이 아니며 여기 저기 전화하지 말고 떳떳이 행동하라’고 충고했다”고 밝혔다.

신 원장은 97년 말 대통령직 인수위원으로 있으면서 당시 대통령 당선자 보좌역이었던 최씨와 알게 됐지만 개별적으로 자주 만나는 사이는 아니라고 국정원은 전했다.

이에 앞서 검찰은 기계 및 콘크리트 제조 판매 업체인 대원SCN측에서 지난해 초 조폐공사에서 발주한 공사를 수주하게 해 달라는 청탁과 함께 8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로 최씨를 16일 긴급 체포했으며 18일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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