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호수공원 난개발로 관광지化 우려

  • 입력 2002년 4월 11일 18시 19분


경기 고양시 일산 호수공원이 난개발로 ‘신음’하고 있다. 경기도가 한강에서 이 공원까지 유람선 운항을 추진하고 공원 내 녹지지역에 대규모 분수대까지 설치할 계획인 것이 최근 밝혀지면서 31만평 규모인 이 공원의 휴식공간이 훼손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등은 “유람선이 다닐 경우 호수공원은 시민휴식공간이 아니라 사실상 관광단지의 일부로 변모할 것”이라며 “그동안 지속적으로 진행된 공원 내 개발로 현재도 호수공원이 공원 기능을 상실할 지경”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유람선 운항 계획〓경기도는 호수공원 인근에 30만평 규모로 추진 중인 관광숙박문화단지조성 예정지를 관통하는 중앙배수로를 이용해 유람선을 운항할 계획이다. 한강에서 이 숙박단지를 거쳐 호수공원 내 일산호(9만평)까지 유람선을 운항한다는 것.

그러나 유람선이 들어오기 위해서는 공원 북쪽의 녹지 상당 부분이 훼손되고 배가 다닐 수 있도록 수로도 정비돼야 해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는 현재 구체적인 토지이용 계획을 수립하고 있으며 5월 중 기본설계를 발주해 사업을 확정할 예정이다.

▽늘어나는 건축물〓호수공원이 완공된 이후 공원부지가 용도변경된 것은 지금까지 다섯 번에 이른다.

1999년 꽃박람회 개최에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원 내 6500평의 용도를 바꾸어 꽃전시관을 지었고 2000년 10월에는 호수 바로 옆에 화장실과 화장실박물관을 짓느라 200평을 용도변경했다.

또 지난해 말에는 공원 내에 700여평 규모의 선인장전시관이 지어졌고 올 6월 말에는 주변개발지역 홍보를 위한 ‘관광종합전시관’(300여평 규모)도 들어선다는 것.

또 올 하반기에 착공해 내년 완공될 예정인 ‘노래하는 분수대’(1만2000평 규모)는 그 자체로 훌륭한 관광상품이지만 위치 때문에 공원을 훼손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공원 내에서도 생태계가 가장 잘 보전된 자연학습장을 주변 아파트지역으로부터 보호해주는 완충녹지지역에 자리잡아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반발〓고양녹색소비자연대 김미영 사무국장(36·여)은 “국제화 도시가 되기 위해 유람선을 띄우고 수로와 공원을 훼손해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금전적 이익뿐만 아니라 환경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이경재(李景宰·53) 교수는 “주민들의 휴식공간인 호수공원을 주변 관광상품과 연계하면 공원 기능이 저하되므로 유람선이나 기타 시설 설치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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