高1 교과서 모자란다… 학생수 예측못해 배급차질

  • 입력 2002년 3월 6일 15시 50분


새 학기가 시작됐지만 전국의 수많은 고교에서 1학년 교과서 부족으로 수업에 차질을 빚고 있다.

이는 교육인적자원부의 교육여건 개선사업에 따라 1학년의 학급당 학생 수를 35명으로 줄이는 과정에서 학교별 학급 증설 규모가 2월에 갑자기 변경된 학교가 많아 교과서 배급에 혼선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일부 학교에서는 교과서가 모자라고 일부에서는 남아도는 현상이 발생했고 교육청에서 추가 교과서 수요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혼란을 가중시켰다.

전국 고교의 학급 수는 지난해 4만8163개에서 올해는 5만3225개 학급으로 5062개 학급이 늘어났다.

서울 S고는 1학년 학급이 당초 계획보다 1개가 갑자기 늘어나는 바람에 한 학급 전원이 교과서를 한 권도 받지 못해 교과담당 교사들이 학습자료를 따로 만들거나 교과서를 복사해 수업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학교 관계자는 “당초 1개 학급만 증설하려했는데 2월 초에 갑자기 1개 학급을 더 만들라는 지시가 내려와 교과서 공급에 차질이 생겼다”며 “추가분 교과서도 언제 도착할지 몰라 당분간 파행수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서울 P여고도 1학년 1개 학급 인원 분량의 교과서가 도착하지 않아 한 반에 3, 4명은 교과서 없이 수업을 듣고 있고 서울 Y여고도 한문 등 일부 과목의 교과서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광주 S여고도 1학년 2개 학급 학생들이 교과서를 받지 못해 다른 반에서 교과서를 빌려 보거나 두 학생이 한권의 교과서를 놓고 수업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경남 창원의 C고교에도 신입생이 당초 계획보다 71명이나 더 배정되는 바람에 이들 학생은 3개 과목의 교과서가 지급되지 못했다. 경남 지역의 다른 일부 학교도 이과에서 문과로 전환하는 학생이 많아 학급을 재배치하면서 일부 과목의 교과서 지급이 늦어지고 있다.

서울은 11개 지역교육청별로 교과서가 부족한 학교와 여유가 있는 학교를 파악해 교과서를 재분배할 예정이지만 1, 2주는 걸릴 것으로 보여 당분간 파행수업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서울시교육청은 “교과서 공급에 일시적으로 불균형 현상이 생겼을 뿐 전체 교과서 물량에는 큰 문제가 없다”며 “빠른 시일 내에 교과서가 배분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교과서를 각급 학교에 공급하는 한국교과서 연구재단 관계자는 “학교마다 사용하는 교과서가 제각각이라 교과서 배급에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교과서 수급에 문제가 없는 고교들도 교과서가 너무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교사들이 수업 준비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교 1학년은 올해부터 7차 교육과정이 처음 적용돼 교과서 내용도 크게 바뀌는데 전국 대부분의 학교에서 지난달 20일경에야 교사에게 교과서가 전달됐다.

서울 J고 교사는 “국사 교과서의 경우 분량이 늘어나고 내용도 시대별 구분에서 정치 경제 등 주제별 구분으로 바뀌는 등 변화가 많다”며 “교과 내용을 파악해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데 교과서 배급이 늦어져 어려움이 많았다”고 불만을 표시했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 창원〓강정훈기자 manman@donga.com 광주〓정승호기자 shj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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