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농촌도박 근절" 경북도 2개 경찰서 주민에 협조편지

  • 입력 2002년 2월 21일 19시 44분


"농촌이 도박으로 멍들고 있습니다. 도박은 주민들의 화합을 해치는 폐해를 가져옵니다. 도박을 하는 곳은 즉시 신고하고 도박근절을 위해 힘을 모읍시다."

경북도내 24개 경찰서가 주민에게 도박 근절을 호소하는 편지를 보내고 있다. 농한기에 농촌에서 도박이 성행해 돈을 탕진하는 농민이 속출하고 있는 데다 도시인들이 농촌을 도박장소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

16일 밤 경북 칠곡군 왜관읍의 한 마을 창고에서 판돈 2억원으로 도박판을 벌이던 남녀도박단 45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이들은 도시에 비해 한적한 농촌을 도박장소로 택했다. 6일 울진군 읍내리 가정집에서도 전국을 무대로 도박판을 벌이던 12명이 경찰에 적발됐다.

올들어 경북지역에서 적발된 도박범은 1월 한달동안에만 406명(남자 331,여자 75)이나 된다. 지난해는 5200명이 적발돼 300여명이 구속됐다. 주부 등 여성 도박사범도 2000년 850여명에서 지난해는 1000여명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도박장소도 바뀌고 있다. 여관이나 도시 대신 농촌의 빈집이나 방을 빌려 도박장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 경찰의 단속을 피하기가 쉽다는 게 이유. 마을 입구에 보초를 세우고 무전기 등을 이용해 경찰의 단속을 피하며 도박판을 벌이고 있다.

농민들은 "가뜩이나 농업 개방 분위기로 농촌이 뒤숭숭한데 농촌이 도박장으로 전락하고 한탕주의가 퍼지는 것같아 분통이 터진다"고 입을 모았다.

경북지방경찰청 전종석(全鍾錫) 강력계장은 "도박을 뿌리 뽑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신고가 중요하다"며 "상습도박자와 도박예상 장소에 대한 감시활동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이권효기자 bor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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