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야농성…통지서 반납…고교재배정 파문 장기화

  • 입력 2002년 2월 16일 18시 10분


16일 오전 수도권 평준화지역 고교 재배정 결과가 발표되자 후순위 학교로 배정된 학부모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부 학부모는 경기도교육청에서 철야농성을 벌였으며 배정 통지서 반납과 행정소송 움직임도 있어 이번 사태의 파문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학부모 반발〓이날 경기도교육청 정문에는 후순위 학교로 배정된 수원과 안양지역 학부모 500여명이 모여 거칠게 항의했다.

학부모들은 굳게 닫힌 철문을 흔들며 “책임자가 나와 해명하라”고 고함을 질렀으며 한 학부모는 승용차로 철문을 밀어붙이기도 했다. 분을 참지 못한 일부 학부모는 담을 넘어 도교육청 본관 1층에 들어가 직원들과 몸싸움을 벌였다.

이기전씨(46·수원시 팔달구 영통동)는 “딸이 1차 배정 받은 학교는 집 부근 T고교였는데 이번에는 통학하려면 1시간반이 걸리는 수원 장안구 이목동 D고교에 배정 받았다”며 “도대체 근거리 배정원칙이 있는 거냐”고 울분을 터뜨렸다.

학부모들은 ‘고교배정 다시 하라’는 제목으로 즉석에서 학생이름과 생년월일, 학교 등을 적은 종이를 돌리며 연대서명운동을 벌였다.

일부 학부모는 이날 밤 도교육청 별관 3층 강당에서 이번 재배정 결과를 전면 취소할 것과 교육감 사퇴 등을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였다.

성남 안양 군포 등 일선교육청은 이날 하루종일 학부모의 시위와 항의 전화로 업무를 거의 볼 수 없었다.

성남지역 학부모 70여명은 이날 대책회의를 갖고 고교배정통지서를 일괄반납하고 다른 지역과 연대해 행정소송을 추진키로 했다.

이에 앞서 성남교육개혁시민연대는 “조성윤 교육감 처남의 교원인사비리로 실추된 경기 교육의 신뢰가 더욱 큰 상처를 입었다”며 “검찰의 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도교육청 반응〓도교육청 측은 일부 학부모가 다시 배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데 대해 “이번 재배정을 통해 희망하는 고교에 진학한 학생이 지난번 보다 많아졌다”며 현재 상태에서 다시 고교를 배정한다는 것은 절대 불가능하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교육청 관계자들은 또 고교 평준화 제도가 시행되는 한 아무리 공정하게 배정해도 결과에 대해 불만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점을 학부모들이 이해해주기를 바라고 있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고양〓이동영기자 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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