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교 배정오류 사고 원본만 봤어도 막을수 있었다

  • 입력 2002년 2월 14일 18시 26분


수도권 4개 고교평준화지역의 신입생 배정 과정에서 발생한 전산 오류는 조금만 주의를 기울였다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교육청은 2단계 배정을 위해 데이터를 입력하는 과정에서 컴퓨터 프로그램상 문제로 인해 잘못된 처리데이터에 학생들의 실제 지망사항을 기계적으로 입력하는 바람에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14일 밝혔다.

또 16일 재배정 결과 발표 때 처음 발표와 다른 고교에 배정되는 인원 중 2167명이 당초보다 선호도가 낮은 학교에 배정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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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실없는 학교에 배정하다니…"

▽오류, 어떻게 일어났나〓학생들이 선지망한 학교군을 배정하는 1단계 배정을 끝내면 2단계 근거리구역 배정을 위해 처리자료를 만들게 된다. 그런데 프로그램상 문제로 2단계 처리자료에서 특정학교를 지망한 학생들의 이름이 가나다 순으로 재정렬되지 않고 가다나 순으로 나타나 나와 다 학생의 배정학교가 뒤바뀌는 식의 결과가 빚어졌다.결국 처리자료에 학생들의 실제 지망결과인 원본자료를 인적사항 한번 확인하지 않고 기계적으로 적용한 것이 문제였던 셈이다. 전산 전문가들은 “처리결과와 원본을 대조조차 하지 않고 배정하는 것은 가장 기초적인 확인절차를 간과한 셈”이라며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도교육청은 뭘 했나〓경기도 교육청은 학생배정방안 프로그램 제작업체인 ㈜3iST로부터 지난해 11월 5일 프로그램을 납품받아 검수를 끝냈다. 이후 학생 배정 세부방안이 변경되면서 여러 차례 수정작업을 거쳐 지난달 16일부터 본격적인 오류수정 작업을 벌여왔다. 이 과정에서 수십차례의 모의배정 실험과 점검을 거쳤다고 밝혀왔다.

그러나 배정결과와 학생들에게 통보해야 할 최종자료의 인적사항이 맞는지 한번만 확인해봤어도 찾아낼 수 있었던 오류를 범한 것이다.

수원〓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

▼교육부, 경기교육청 특감▼

교육인적자원부는 경기도교육청의 고교 신입생 재배정과 관련해 18일부터 경기도교육청에 대해 전면적인 특별감사를 실시한다고 14일 밝혔다.

교육부는 신입생 재배정 결과가 16일 발표되는 대로 신입생 배정 업무 과정에서 전산프로그램 오류와 확인소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하고 특히 전산프로그램 발주 경위와 이 과정에서 금품수수 등 부조리가 있었는지도 조사하기로 했다.

교육부는 이번 신입생 재배정 사태에는 안이한 업무 자세와 관리감독 소홀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다고 보고 학교 시설공사 계약 등 교육정책 집행 과정 전반으로 감사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상주(李相周)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도 이날 기자 간담회에서 “엄정한 조사를 거쳐 책임 있는 사람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부총리는 “교육자치제인 만큼 경기도교육청이 자체적으로 책임자에 대한 조치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안다”며 “신입생 재배정 사태는 프로그램 오류 문제뿐만 아니라 확인 소홀 등 기강 해이의 문제인 만큼 단순히 주의 경고 차원에 그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인철기자 inch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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