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홍업의 힘’ 작용했나

  • 입력 2002년 2월 5일 18시 09분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차남 홍업(弘業)씨가 검찰의 ‘게이트’ 수사에 연관됐다는 의혹이 잇따라 불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12월 ‘진승현(陳承鉉) 게이트’ 수사 당시 MCI코리아 소유주인 진씨의 로비스트로 알려진 민주당 당료 최택곤(崔澤坤)씨는 검찰 출두 사흘 전에 홍업씨를 찾아가 구명을 요청했다. 최씨는 신광옥(辛光玉) 전 법무차관에게 진씨에 대한 선처를 청탁하며 돈을 전달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또 ‘이용호(李容湖) 게이트’ 수사와 관련해서는 홍업씨의 측근인 김성환씨가 신승남(愼承男) 전 검찰총장에게 수사 중단을 요청했다는 의혹이 새로 제기됐다.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은 김씨가 김 대통령의 처조카인 이형택(李亨澤)씨에게서 “신 전 총장을 만나 동생 승환(承煥)씨가 이용호씨에게서 5000만원을 송금 받았다는 얘기를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는 것.

그렇다면 이형택씨는 왜 굳이 김씨에게 이런 요청을 했을까.

특별검사팀과 검찰 주변에서는 검찰 수뇌부에 부담을 주기 위해 홍업씨와 가까운 김씨를 고른 것으로 보고 있다. 홍업씨와 가까운 김씨가 홍업씨의 외사촌형인 이형택씨의 요청을 거절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그러나 홍업씨 측은 “김씨가 이형택씨의 요청을 받은 사실과 홍업씨는 아무 상관이 없으며 김씨는 신 전 총장을 만나지도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홍업씨를 ‘이용호 게이트’와 연관시키는 인물은 또 있다.

홍업씨의 측근으로 행세한 것으로 알려진 KBS 라디오편성부장 이철성씨(44)는 지난해 이용호씨의 돈 5억원이 입금된 3개의 차명계좌를 통해 이용호씨와 함께 주식투자를 했다. 또 이용호씨에게서 1000만원을 받았다.

이철성씨는 2000년 4·13총선 당시 P의원을 찾아가 홍업씨와의 관계를 거론하며 선거에 개입하려 한 것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지난달 초 연수 명목으로 호주에 간 이철성씨는 최근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그러나 홍업씨 측은 “이용호씨와 일면식도 없고 이철성씨에게서 청탁도 받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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