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前現이사 9명 회사에 902억 배상판결

  • 입력 2001년 12월 27일 17시 49분


계열사에 주식을 저가 매각하거나 경영 상태가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회사에 손해를 입힌 삼성전자㈜ 이사들은 회사에 902억8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또 노태우 전 대통령에게 비자금을 건넨 이건희(李健熙) 삼성그룹 회장에게도 뇌물액 75억원을 삼성전자에 배상하라는 판결이 내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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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지법 민사합의 7부(재판장 김창석·金昌錫 부장판사)는 27일 박원순씨(45·참여연대 사무처장) 등 삼성전자 소액주주 22명이 삼성그룹 이 회장과 김광호씨(61) 등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 9명을 상대로 98년 10월20일 제기한 손해배상청구소송 선고공판에서 “이건희 회장을 비롯해 전현직 이사 10명은 모두 977억80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이 88년 3월부터 92년 8월까지 삼성전자에서 조성된 자금 75억원을 노 전 대통령에게 뇌물로 공여함으로써 삼성전자에 그에 상당한 손해를 입혔다”며 “이 회장은 75억원 전액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 이사회가 97년 3월 부실기업인 이천전기㈜를 충분한 검토 없이 1시간 만에 인수를 결정, 이 회사가 2년도 경과하지 않아 퇴출기업으로 청산되면서 190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이사들은 인수 결정에 따른 손해액 276억2000여만원을 배상하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삼성전자가 액면가 1만원에 취득한 삼성종합화학㈜ 주식 2000만주를 주당 2600원에 처분할 당시 주당 실제가가 5733원에 이르고 있었다”며 “차액인 626억6000만원을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중앙일보에 고가로 광고를 게재하고 삼성물산과 삼성중공업에 임대차 보증금과 월차금을 과다하게 지급, 내부자거래 행위를 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이사들이 직접 업무에 관여했다는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박씨 등 소액주주들은 98년 10월20일 삼성전자의 부당내부거래 등으로 피해를 보았다며 총 11명의 삼성전자 전현직 이사들을 상대로 모두 3511억원의 손배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임원들은 “이번 판결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고등법원에 즉각 항소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임원들의 정상적인 경영 판단에 대해 법원이 거액의 배상판결을 내린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처사”라며 “앞으로 중요한 회사경영 의사결정 과정에서 임원들이 몸을 사리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식회사의 이사진을 상대로 한 소액주주들의 소송은 97년 한보철강 부실대출로 인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제일은행 이철수(李喆洙) 전 행장 등 이사 4명을 상대로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수원〓남경현기자>bibul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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