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색 간판 단속착수…SK LG KFC 날벼락

  • 입력 2001년 12월 17일 15시 08분


빨간색은 안돼.

눈에 잘 띄는 붉은 색 간판을 사용하는 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자치단체들이 도시미관을 해친다는 이유로 원색의 옥외 광고물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나섰기 때문.

사실 각 자치단체들이 조례에 규제근거를 마련한 것은 99년 말. 그러나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직접 협조공문을 보내는 등 압박을 가하고 있다. 서울시도 올 5월 말 대기업 및 프랜차이즈 업체, 관련 협회 등 55곳에 공문을 보냈다.

▽원색사용 제한= 서울시내의 경우 간판 바탕색에 원색인 적색과 흑색은 50% 이내로 해야 한다. 너 나 할 것 없이 경쟁적으로 눈에 잘 들어오는 붉은 색 간판을 내걸면 미관을 해치고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한다는 것이 이유.

원칙적으로 신규 간판은 조례대로 바꿔야 하고 기존 간판은 새로 부착허가를 받을 때 교체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각 구청 광고물심의위원회에서 예외를 인정할 수 있도록 했다. 만약 원색을 고집하면 무허가 옥외 광고물로 분류돼 과태료와 이행강제금을 내야 한다.

하지만 이같은 규정은 자치단체에 따라 달라 대구광역시의 경우 주황색 등 붉은 색과 비슷한 색도 쓰지 못하게 했고 광고물심의위원회 예외도 인정하지 않았다.

▽업체들의 움직임=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전통적으로 붉은 색 간판을 써 온 SK, LG 등 대기업들과 수백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다국적 외식업체.

그룹의 고유색이 붉은색인 SK는 전국 3800여개에 이르는 주유소 간판이 문제다. SK측은 과거 유공시절부터 굳어진 이미지를 바꿀 수 없다고 판단, 불편함을 감수하고 3년마다 구청 광고물심의위원회에 신청해 옥외 광고물 부착허가를 받기로 했다. 그러나 대구 등지에선 붉은색 비율을 떨어뜨리기 위해 하얀색 글자를 볼품없이 키워야 했다.

KFC는 일부 매장의 간판을 바꿨다. 서울 관악구 봉천동 서울대점은 올 9월 붉은색과 주황색을 절반씩 섞고 위 아래에 파란색과 흰색 띠를 배치, 붉은색 비율을 50% 아래로 낮췄다. 맥도날드와 롯데리아도 빨간 간판 위에 주황색, 파란색 줄을 덧대는 방법으로 붉은색 비율을 낮추고 있지만 아직 교체실적은 미미한 편이다.

▽논란= 통일된 이미지 마케팅을 할 수 없고, 당장 간판 교체비용을 들여야 하는 업체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KFC 마케팅팀 관계자는 "미국 본사와 상의하면 이해할 수 없다 는 반응을 보인다"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간판 디자이너 김영배씨(부산정보대 겸임교수)도 "붉은색 간판을 방치할 수 없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전에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도시 색채계획이 수립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라미환경미술연구원 김경영박사(여)는 "사유물인 건축물이나 간판은 2개 이상 모이면 공적 재산이기 때문에 업체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며 "프랑스 파리, 미국 보스턴, 일본 교토(京都) 등 주요도시는 훨씬 더 엄격하게 간판을 규제한다"고 말했다.

<정경준기자>news9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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