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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12월 2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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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등 국가 주요 보안시설의 보안시스템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했는데도 경찰 등 관계 기관에 사고 사실조차 제대로 통보되지 않는 등 허점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지난달 30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보안경비업체 캡스의 제2사옥 지하실에서 발생한 화재로 이 건물 보안 관제실과 은행 등의 무인경비시스템을 연결하는 통신선이 불에 탔다.
이 때문에 서울과 경기지역의 은행 등 1500여개 건물의 무인경비시스템이 사실상 무용지물로 변해버렸다. 은행에 침입자가 있더라도 캡스의 보안관제실에서 이를 확인하고 경비 요원의 비상 출동 등을 지시할 수 없게 돼 버렸기 때문.
서울 강남 지역의 모은행 직원 이모씨(28)는 “무인경비시스템의 장애 발생 소식을 듣고 이날 오후 6시부터 직원 1명과 함께 밤을 꼬박 새웠다”며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라 불안하고 두려웠다”고 말했다.
캡스 측은 사고 당일 “하루 정도면 복구가 가능하다”고 말했지만 1일에도 200여곳의 무인경비시스템이 불통됐고 서울 강남지역 등의 사고 복구는 2일에도 계속됐다.
사고 복구과정에서 사설보안업체와 경찰 등 관계 기관간 협력체제의 허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사고 당일 오후 10시경까지 은행 등의 무인보안시스템 장애 사실이 경찰에 제대로 통보되지 않은 것.
서울시경찰청 관계자는 “화재 사고를 해당 경찰서에서 조사했지만 은행 등의 무인보안시스템 중단 사고에 대해서는 사고 직후 공식적인 업무 협조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캡스 관계자는 “은행 측에 협조를 요청해 비상 당직체제로 전환했고 자체 경비 요원도 대기 중이었기 때문에 사고 직후 경찰에 협조를 구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용기자>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