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민원현장…울산 선사유적 관광지 개발 논란

  • 입력 2001년 11월 20일 23시 41분


“개발이냐 보존이냐.”

울산 울주군 언양읍 대곡리 반구대 암각화(岩刻畵·국보 제285호)와 울주군 두동면 천전리 각석(刻石·〃 147호) 주변의 관광지 개발 여부를 놓고 울산시와 문화계, 지역 주민들간의 찬반논란이 1년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울산시 계획〓총 150억원을 들여 내년 월드컵 개최 이전까지 국도 35호선에서 반구대 암각화까지의 진입도로(길이 2.33㎞)를 현재 너비 3.5m에서 8m로 확장하고 주차장(면적 4000㎡)과 선사문화전시관(〃 1325㎡) 산책로(길이 2㎞ 너비 2∼3m)를 각각 조성키로 하는 등 지난해 7월 사업계획을 확정했다.

시 허언욱 문화체육국장은 “관광객들의 편의와 유적 보존을 위해 이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음달 편입부지 보상을 한뒤 내년초부터 본격 공사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주민들도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반구대 암각화 진입도로는 굴곡이 심하고 낭떠러지여서 한해 평균 70여건의 교통사고가 발생한다”며 “사업의 조기시행을 촉구하기 위해 이달말까지 3000여명의 서명을 받아 문화재청을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문화계 등의 입장〓문화계 인사로 구성된 ‘반구대 사랑 시민연대’(대표 이재호·李再浩)는 “이들 유적은 주변이 함께 보존되어야만 문화재로서의 가치를 지닌다”며 “진입도로가 확장되면 많은 차량들이 드나들고 접객업소가 난립해 환경파괴가 가속화된다”고 주장했다.

한국고고학회(회장 정징원·부산대 교수)도 최근 발표한 성명에서 임각화 일대의 근시안적인 개발 중단과 보존대책 강구 등을 촉구했다.

한편 이들 유적을 처음 발견한 동국대 문명대(불교미술사)교수는 최근 언론 기고문을 통해 “암각화와 각석 주변을 자연친화적으로 정비한다면 환영할 일”이라며 “자연적인 마을과 오솔길, 최소한의 주차시설만 갖추고 홍수나 풍화작용으로부터 유적이 훼손되는 것을 예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반구대 암각화와 천전리 각석은 수직의 바위면에 동물상과 기하학적 문양이 음각된 선사시대 유적으로 각각 95년 6월과 73년 5월 국보로 지정됐다.

<울산〓정재락기자>jrju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