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수성구청 먹거리타운 ‘들안길’ 간판교체 추진논란

  • 입력 2001년 11월 14일 20시 40분


“멀쩡한 간판을 떼고 새 간판을 설치하라니 이게 말이 됩니까.”

대구시내 최대의 식당가인 수성구 두산동 속칭 들안길(3.5㎞) 일대에서 영업중인 상인들이 토로하는 불만이다.

지역 경기가 악화되면서 매상이 줄어 영업에 큰 타격을 받는데 수성구청이 들안길을 ‘옥외 광고물시범거리’로 지정해 업소들의 간판을 교체하도록 유도하고 있어 졸지에 수백만원이 드는 간판 교체 비용을 물어야 할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구청측은 2002년 월드컵 대구경기와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 대회 등 국제행사를 앞두고 대구의 명물거리인 들안길의 경관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해 지난달부터 간판 교체를 추진중이다.

구청측은 이를 위해 통일된 인상과 간결한 이미지를 주는 표준간판 모델이 담긴 팜플렛을 마련해 업주들에게 보여주며 기존 간판들을 교체토록 권유하고 있다.

구청측은 기존 간판 교체에 드는 비용의 63%는 구 예산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37%는 업주들이 부담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간판 교체에는 500만∼1500만원이 들기 때문에 구청측의 지원이 있다지만 업주들의 부담도 만만찮은 편. 업주들은 구청측이 겉으로는 권유의 형식을 취하지만 직원들이 업소를 일일이 방문하면서 사실상 간판 교체를 강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K식당 주인 김모씨(45)는 “가게 앞 입간판을 800여만원을 들여 불과 8개월 전에 설치한 데다 가뜩이나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인데 간판 교체비용까지 새로 들이자니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말했다.

S레스토랑 업주 B씨는 “업주들의 부담도 문제지만 아무 문제가 없는 간판을 폐기 처분하고 새 간판을 다는 것은 엄청난 자원낭비”라며 “졸속 전시행정의 표본으로 상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는 간판 재정비 계획은 전면 백지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청측은 간판 교체 신청 마감일인 10일 현재 들안길의 간판 재정비 대상 144개 업소 중 불과 26%인 37개 업소로부터만 간판교체 승낙을 받은 상태다.

구청 관계자는 “지역에서 열리는 국제행사에 대비해 대구의 대표적인 먹거리 타운인 들안길을 특성화 하기 위해 부득이 업소들의 간판을 재정비하기로 했다”고 해명했다.

<대구=정용균기자>cavat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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