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소리없이 선행 베푼 '천사원장' 전현준

  • 입력 2001년 10월 28일 21시 37분


‘하! 하! 하!’

경남 김해시 장유면 대청리 정신지체장애인 생활시설인 한마음학원(學園)에는 요즘 건강한 웃음이 넘친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버릇처럼 손으로 입을 가렸던 40여명의 원생들은 요즘 치아를 자신있게 드러낸다.

이들에게 자신감을 되찾아준 주인공은 학원 인근의 장유치과 전현준원장(34).

전원장은 올 5월 친구들과 장난을 치다 앞니를 다쳐 병원에 왔던 정모군(12)의 치료비 30만원을 받지 않았다. 후원금 등으로 운영되는 한마음 학원의 넉넉지 않은 형편을 전해 들었기 때문.

이후 전원장은 정신지체장애인들의 치아건강이 나쁠 뿐 아니라 치료에도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는 사실을 알고는 원생들의 ‘주치의’를 자임하고 나섰다.

그는 그동안 병원 운영과 함께 바쁜 일정 속에서도 모든 원생들의 치아를 보살폈다.

전원장의 무료진료는 치과 개원을 준비중인 후배 이돈녕씨(33)가 도왔다. 이씨는 최근 한달 이상 병원에 상주하면서 원생들의 진료를 전담하다시피 했다.

한마음학원 의료담당 최옥봉(崔沃鳳·40)씨는 “스케일링과 발치(拔齒), 충치치료 등의 과정은 비장애인 보다 몇배 더 힘이 든다”며 “고함을 지르거나 몸부림을 치는 원생들을 달래면서 치료하느라 의료진의 고생이 컸다”고 말했다.

전원장은 앞으로 보철이 필요한 4명의 원생도 무료로 진료해 주기로 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대외적으로 알릴만한 일이 못된다”며 끝내 인터뷰를 마다했다.

한마음 학원 김숙이(金淑伊·46)원장은 “돈이 있어도 치과 치료가 쉽지않은 중증 장애인들을 사랑으로 보살펴준 전 원장에게 무엇으로 보답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해〓강정훈기자>manm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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