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산 백석동 옛 출판단지 용도변경 주민의견 조작의혹

  • 입력 2001년 10월 28일 18시 45분


연대회의는 그동안 제출된 3만여명분의 찬성의견 중 500여명분의 서명을 자체확인해 본 결과 200여명분에서 조작, 동일필체, 사업과 무관한 내용으로 찬성유도 등 주민들의 의사가 왜곡전달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찬성의견은 ‘백석동 개발추진위원회’ 등 찬성주민 위주로 구성된 단체에서 받아 고양시에 제출했다. 5월 서명한 것으로 돼 있는 K씨의 경우는 서명한 사실이 없는데도 마치 자필로 서명날인한 것처럼 돼있었다. 또 같은 시기에 K씨와 동일한 필체로 부인과 함께 찬성의견을 낸 것으로 되어있는 유모씨(40)는 “사업에 반대하는 의견을 갖고 있으며 찬성의견을 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유씨의 사례처럼 일산신도시 강선마을 이모씨와 조모씨 등 수십명의 주민이 같은 필체로 서명되어 있는 등 동일한 필체의 찬성의견 용지도 무더기로 나왔다. 사업내용 설명 대신 ‘분당은 백궁 정자지구 도시계획을 변경해 새로운 도시발전을 이루려 한다. 우리도 용도를 바꾸는 도시계획을 하루 빨리…’라는 엉뚱한 내용이 적힌 찬성의견서도 70여장 발견됐다.

고양시와 요진산업은 경기 고양시 일산구 백석동 1237일대 3만3000여평 부지의 용도를 기존의 ‘업무 유통시설’에서 ‘주상복합용지’로 변경해달라며 지난해 12월과 올 3, 6월 모두 세 차례 경기도에 용도변경 승인을 요청했으나 모두 재검토 또는 반려처분을 받았다.

요진산업이 고양시에 제출한 사업계획서에는 이 부지에 들어설 35층 이하 건물 28개동의 주거용 연면적이 10만7300여평, 상업 업무용의 연면적은 1만9000여평으로 이 사업의 대부분이 주거용으로 되어있다.

연대회의는 그동안 세 차례 용도변경이 추진되면서 지난해 3월과 올 5월 공람기간 중 모두 3만명의 찬성의견이 제출됐으나 절반 가량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사법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계획이다.

또 용도변경 승인권자인 임창열(林昌烈) 경기지사에게도 주민여론이 상당수 왜곡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승인하지 말라는 내용의 건의서를 보내기로 했다.

연대회의 유왕선(劉旺宣·42) 공동대표는 “특혜의혹이 제기되며 거센 반발이 일자 사업을 강행하기 위해 누군가 조직적으로 주민여론을 왜곡한 것”이라며 “철저한 수사와 함께 용도변경추진을 즉각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요진산업은 당초 이 부지에 55층 건물을 세우려 했으나 반대에 부닥치자 35층 이하 건물 28개동을 짓겠다며 다시 도시계획 변경 절차를 진행, 27일 주민공람 절차를 마치고 시의회청문절차를 기다리고 있다.

▼주민공람이란▼

도시계획법 제22조는 ‘도시계획을 입안하는 때에는 주민의견을 청취해야 한다’며 주민공람 절차를 명문화하고 있다.

주민공람 절차는 주민들이 사업내용을 잘 알게 한다는 취지이며 주민들이 도시계획 입안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유일한 창구이다. 하지만 시민들은 의견을 제시할 뿐 이 내용이 어느 정도로 반영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명문 규정은 없다.

그러나 백석동의 경우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서는 승인기관인 경기도에서 늘 찬성과 반대 여론의 동향을 파악해왔으며 사업 반려사유로 주민반대 여론이 높다는 이유를 들기도 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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