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게이트]李씨, CB 300만달러 차명관리

  • 입력 2001년 9월 20일 18시 41분


지앤지(G&G) 회장 이용호(李容湖)씨가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해외 전환사채(CB) 가운데 300만달러(약 36억원)를 다른 사람 명의로 인수, 주식으로 바꾼 뒤 주가가 급등한 틈을 타 전량 매도하는 수법으로 약 15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사실이 밝혀졌다.

기업주가 자기 회사 CB를 몰래 인수해 매매하는 것은 증권거래법 등에 위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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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본보 취재팀이 입수한 삼애인더스 전환사채 인수 자료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해 말 계열사 직원 박모씨와 성모씨 명의로 삼애인더스 해외 CB 900만달러 가운데 300만달러를 인수했다.

나머지 600만달러 중 300만달러는 D금고 대표 김모씨 명의로 인수해 정관계 인사들에게 배분했고(본보 20일자 A30·31면 보도), 300만달러는 개인과 증권회사 등이 인수했다.

이씨는 직원 명의로 인수한 CB 300만달러를 올해 1월5일 다시 유모씨에게 매각한 것처럼 꾸민 뒤 2월2일 유씨 명의로 주당 2538원에 주식으로 전환했다.

이씨는 2월15일경 이 주식을 모두 팔았다. 당시 주가는 1만4000∼1만5000원대. 이씨는 약 15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이씨는 이어 3월7일 유씨에게 주식을 매각한 것처럼 꾸민 계약서를 없었던 것처럼 해지, 주식매매 대금을 완전한 자신의 소유로 되돌렸다.

결국 이씨는 직원과 제3자 등을 내세워 CB 인수 및 주식전환을 하게 하고 그 사이 자신은 금괴발굴사업 추진을 내세워 주가를 띄웠으며 이를 통해 거액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이다. 이씨는 일단 시세차익을 모두 자신의 회사로 입금시켰는데 검찰은 입금 후 이 돈을 구체적으로 어디에 썼는지를 조사중이다.

한편 대검 중수부(유창종·柳昌宗 검사장)는 20일 이씨가 CB를 정관계 고위인사들에 대한 뇌물로 제공한 의혹에 대해 전면 수사중이라고 밝혔다.

유 검사장은 이날 오후 기자회견에서 “이씨가 지난해 10월 계열사인 삼애인더스의 해외전환사채 900만달러를 발행한 뒤 이 전환사채의 대부분을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시세차익을 챙기는 데 활용한 사실이 확인돼 수사중이다”고 말했다.

유 검사장은 “해외 전환사채는 원래 해외 투자자들이 인수하게 돼 있는데 이씨의 경우 처음 발행할 때부터 국내에서 인수하는 것을 전제로 발행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유 검사장은 “펀드조성이나 특정 정관계 인사의 개입 여부는 아직 수사에서는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명건·민동용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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