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관계 고위인사들, '이용호 펀드'가입 거액 시세차익

  • 입력 2001년 9월 20일 06시 50분


정관계 고위 인사들이 지앤지(G&G) 이용호(李容湖·43·구속중) 회장의 펀드에 가입, 해외 전환사채(CB) 매입과 주식투자를 통해 수억∼10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문제의 정관계 인사 중에는 전직 장관 1명과 현직 차관급 1명, 법조계 인사 3∼4명, 정치인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CB를 이용한 시세차익 얻기는 이씨가 바다 밑에 가라앉은 금괴운반선을 찾는다는 구실을 내세워 계열사의 주가조작을 하는 과정에서 이뤄졌다.

▼관련기사▼

- 愼총장 동생 6666만원 받았다
- 검찰총장 간접 연루 충격
- "진짜 해야할 세무조사는 안하고…"
- 한나라 "신승남검찰총장 사퇴해야"
- 안정남 前청장 연루 의혹
- 매출-주가조작 동원 '사금고화'

☞'이용호 게이트'기사모음 바로가기

▽주가조작 통한 시세차익〓문제의 펀드는 D금고 대표 김모씨(수배중) 명의로 운영돼 올해 1월말 이씨의 계열사인 삼애인더스 CB에 36억여원을 투자, 20일만에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둬들였다.

19일 지앤지와 삼애인더스 관계자 등에 따르면 정관계 고위 인사들은 올해 1∼2월에 삼애인더스 해외 CB 300만달러(약 36억원)를 인수한 뒤 주식으로 바꿔 팔아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둔 김씨 명의의 펀드에 대거 가입했다는 것이다.

김씨 명의의 펀드는 이씨가 지난해 10월26일 삼애인더스의 해외 CB 900만달러를 발행, 이 가운데 300만달러를 올 1월 김씨에게 넘기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검찰 구속영장에서 드러났었다.

김씨는 이씨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할 무렵 행방을 감췄으며 현재 수배중이다.

이씨와 김씨는 KGI증권 영업부에 지앤지 차장 김모씨 명의로 계좌를 개설, CB를 입고시킨 뒤 이를 주당 2538원씩에 삼애인더스 주식으로 전환했다.

삼애인더스 주가는 올 1월말 5000원대에 머물다 일제강점기 전남 진도군 죽도 일대 바다에 묻힌 금괴 발굴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급등하기 시작해 한달 후인 2월20일 장중에 1만7500원까지 올랐다.

이씨 등은 전환한 주식을 2월15일 전후에 모두 팔아 154억원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시세차익 분배〓154억원의 시세차익은 펀드 가입자들에게 가입 비율에 따라 배분됐는데 전직 장관출신 인사는 10억원, 현직 차관급 인사는 3억원의 차익금을 분배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주식을 모두 판 뒤 삼애인더스 주가는 폭락해 현재 21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지앤지 관계자는 “이씨가 정관계 고위인사에게 현금을 갖다준 적은 많지 않으며 대부분 CB를 헐값에 넘겨 시세차익을 거두게 하는 방식으로 뇌물을 줬다”고 말했다.

한편 이씨의 금융비리를 수사중인 대검중수부(유창종·柳昌宗 검사장)는 삼애인더스 해외 CB 가운데 상당부분이 정관계 고위인사에게 흘러 들어갔는지 여부에 대해 본격 수사중이다. 검찰은 김씨의 신병을 확보하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CB 발행과정에서 중개역할을 한 KGI증권과 산업은행 관계자들을 소환해 조사했으며 이씨를 상대로 CB 분배 대상과 수량 등을 추궁하고 있다.

<이수형·이명건기자>sooh@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