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서 기술배워 마약 제조

  • 입력 2001년 8월 22일 18시 46분


검찰이 인터넷을 통해 배운 기술로 신종 마약을 제조, 투약한 전직 대학강사를 검거하고도 법 규정 미비로 처벌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지검 마약수사부(정선태·鄭善太부장검사)는 22일 30대 전직 대학강사 J씨가 신종 마약인 감마수산낙산염(GHB)을 99년 7월부터 최근까지 20여차례에 걸쳐 직접 만들어 투약한 사실을 확인했다. J씨는 올 3월 대마초 흡입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검찰은 그러나 현행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이 GHB를 단속 대상 마약류로 규정하고 있지 않아 J씨를 GHB 제조 투약 혐의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밝혔다.

특히 J씨는 공개된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GHB의 제조법을 익힌 것으로 드러나 법망을 벗어난 마약제조 방법이 일반인들에게 무차별적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GHB의 특징과 확산〓액체 상태로 주로 물이나 술 등에 타서 마시기 때문에 속칭 ‘물뽕’으로 불린다. 다량 복용시 최근 테크노클럽 등을 통해 퍼지고 있는 신종 마약인 엑스터시와 비슷한 혼수 정신착란 등의 환각 증세가 나타난다.

검찰 관계자는 “강한 흥분작용을 일으키고 미국에서는 성 폭력범들이 주로 이용해 ‘데이트시 강간할 때 쓰는 약’이라는 뜻의 ‘데이트 레이프 드러그(date rape drug)’로 불린다”고 말했다.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GHB가 정식 마약류로 분류돼 있으며 미국의 경우 GHB를 제조 소지하면 20년 이하의 징역형에 처하도록 돼있다. 또 유엔 마약위원회도 올 5월 오스트리아 빈에서 회의를 열고 GHB를 마약류를 뜻하는 ‘금지물질’에 포함시켰다. 국내에서는 98년 광주에서 미군을 통해 GHB를 밀거래한 김모씨(42)가 적발돼 GHB의 유통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올해 안에 GHB를 마약류로 지정하기 위해 법률 개정을 추진중”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일부 테크노바에서 GHB를 섞은 소주가 병당 2만∼3만원에 팔린다는 첩보를 입수, 수사중이다.

▽마약 제조법 공개 사이트〓캐나다에 개설된 영문 인터넷 사이트로 초기 화면에 ‘당신의 나라에서 GHB를 법으로 금지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제조 투약하시오’라는 내용의 글이 있으며 그림이 포함된 제조 방법이 자세히 설명돼 있다.

J씨는 이를 보고 서울 종로에서 화공약품과 비커 저울 등 제조용기를 구입한 뒤 집에서 직접 제조, 술 등에 타서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복용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이 사이트에는 회원들간에 마약 복용 경험과 구입 방법 및 새로 개발된 신종 마약 정보 등을 공유할 수 있는 코너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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