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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1년 7월 25일 18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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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에 따르면 안씨는 올 2월 벤처테크의 홈페이지(www.venstock.co.kr)에서 개인투자자를 대상으로 “1000만원을 투자하면 6월30일까지 2000만원을 돌려주겠다”며 수십억원의 M&A 펀드를 모았다. 안씨는 투자자의 신뢰를 얻기 위해 서울 Y법률사무소에서 환급이행각서 인증까지 받아줬다. 금감원 조성목 팀장은 “금융기관도 아니면서 4개월 만에 100% 수익을 보장한다는 것 자체가 불법”이라고 말했다.
안씨는 참회록을 통해 “마지막 선택을 하게 된다…이 길만이 더 이상 죄를 짓지 않는 유일한 길”이라며 “35명의 투자자에게 10억원의 원금을 돌려주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측은 한국창투 인수에 필요한 자금 등을 고려할 때 피해규모가 훨씬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안씨는 얼마 전까지 “내 돈은 아니지만 4000명의 투자자가 맡긴 1200억원 규모의 투자금이 내 뒤에 있다”고 말해왔다.
안씨는 올 4월 한국창투의 M&A를 선언하면서 대주주인 포철 등 전경련 회원사에 경영권을 내놓을 것을 요구했다. 한국창투는 전경련 회원사 50여개가 공동출자한 자본금 200억원대 코스닥 등록기업. 안씨는 코스닥시장에서 수십억원을 들여 7%대 지분을 사들였으며 한국창투는 투자 실패로 자본금이 110억원 가량 잠식된 상태였다.
그러나 안씨의 구상대로 M&A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전경련측은 무명의 젊은 투자가에게 경영권을 주는 대신 ‘오닉스 벤처’를 새 주인으로 꼽고 자본금을 절반으로 줄이는 감자(減資)를 추진했다. 감자가 이뤄지면 안씨의 투자금이 절반으로 줄어들게 될 상황이었다.
안씨는 남긴 글에서 “사랑하는 아내와 소중한 아들, 딸에게 마음으로 용서를 빕니다. 못난 자식을 낳아주신 부모님께 저승에서나마 뵐 낯이 없게 됐습니다”라고 써 유서를 연상케했다. 충북 제천의 평범한 집안 출신인 안씨는 93년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후 신보창투에서 근무했다. 98년 퇴사하면서 받은 명예퇴직금으로 벤처테크를 창업한 후 인터넷을 통한 자금모집으로 에인절 투자자에게 큰 인기를 끌어왔다.
<김승련기자>sr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