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윤락업주 경찰에 성상납"…배금자 변호사 주장

  • 입력 2001년 7월 12일 23시 55분


지난해 말 윤락녀 5명의 목숨을 앗아간 ‘군산 윤락가 화재참사 사건’ 재판과정에서 이 지역 윤락녀들이 경찰에 정기적으로 ‘성상납’을 해왔다는 주장이 제기돼 파문이 일고 있다.

윤락녀의 유족들이 국가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을 맡고 있는 원고측 대리인 배금자(裵今子) 변호사는 12일 열린 재판에서 “윤락업주들이 군산 지역 공무원에게 정기적인 ‘성상납’을 해왔으며 이런 유착관계 때문에 경찰이 윤락가 단속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고 주장했다.

배 변호사는 서울지법 민사합의13부(김희태·金熙泰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이날 재판에서 “윤락가의 비리를 밝힐 윤락여성 3명을 증인으로 채택해 달라”고 요청했으며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여 다음달 6일 열릴 다음 재판에서 증인신문을 하기로 했다.

A씨(27) 등 윤락녀 3명은 최근 배 변호사에게 “98년 중순부터 18개월동안 군산지역 형사들에게 100여차례에 걸쳐 정기적으로 술접대를 했으며 경찰 고위간부 등에게 수 차례 ‘성상납’도 했다”고 밝혔다.

A씨 등 윤락녀들은 진술서를 통해 “98년 5월경 포주가 ‘잘 모시라’며 경찰 고위간부에게 데리고 가 성관계를 맺도록 강요했다”며 “그 간부는 지역 TV방송에서 여러 번 봐서 익히 알고 있었던 사람이므로 틀림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포주들은 경찰이 마신 술값을 장부에 올리지 말라고 했다”며 “업소에 몸담고 있던 지난 18개월동안 매일같이 윤락과 나체쇼 등이 행해졌으나 경찰 단속에 걸려본 적이 한 번도 없으며 불심검문이나 합동단속기간에는 경찰들이 포주에게 미리 알려줘 피신했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실제 법정에서 이 같은 사실을 증언해 공무원과 윤락업주들의 유착관계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대부분 무혐의 처리된 경찰관들에 대한 검찰의 재수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증인은 포주들로부터 신변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재판 전날까지도 증언 여부를 결정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재판부는 이들에 대해 신변보호절차를 밟기로 하고 실명과 주소 등 신상이 공개되지 않는 재정증인으로 채택해 심리할 예정이다.

‘군산 윤락가 화재참사’는 지난해 말 전북 군산시 대명동 윤락가인 일명 ‘쉬파리 골목’에서 발생한 화재로 윤락녀 5명이 목숨을 잃은 사건. 피해여성의 유족들은 이들이 당시 포주가 업소에 설치해 놓은 철창 때문에 0.8평 크기의 쪽방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질식사하자 국가 등을 상대로 21억2000여만원의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이정은기자>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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