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지조성 땅값상승 불구 벽제 농민들 개발반대

  • 입력 2001년 7월 12일 18시 58분


“땅값이 뛰어 부자가 되는 것도 필요 없어요, 그저 농사짓고 살게 내버려 두라니까요.”

한적한 농촌마을에 개발열풍이 불어닥쳐 땅값도 크게 올랐지만 주민들은 예전처럼 농사를 짓고 살 수 있게 해달라며 개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4통 일대 50여가구 150여명의 주민은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로 지정된 2만㎡의 동네를 사업대상에서 제외시켜 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토지구획정리사업지구로 지정되면서 녹지였던 마을이 일반주거지역으로 바뀌어 땅값도 두 배 가량 뛰어올라 평당 100만원을 넘어섰다.

전체 면적이 17만㎡인 이 사업은 당장 아파트를 짓는 사업은 아니지만 택지개발로 이어지는 전 단계로 자치단체가 도로, 상하수도 등 기반시설을 확충하기 위해 주민들의 토지 일부를 사용하는 대신 일반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방식의 개발이다. 자치단체는 보상비용을 들이지 않는 이점이 있으며 토지주들은 토지 일부를 자치단체에 무상 제공하지만 지가 상승폭이 커 차익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벽제동 주민들은 도로가 생기고 상하수도가 들어온다 해도 집이 헐려나가면 대대로 살던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어 개발사업은 주민의 생계를 끊는 행위라고 판단하고 있다.

3대째 마을에 사는 봉용운씨(78)는 “농가주택을 헐어 그동안 잘 살던 주민을 내쫓는 사업이 무슨 개발이냐”며 “그저 농사나 제대로 짓게 해달라는 게 우리의 요구”라고 말했다.

고양시청 관계자는 “이미 지구지정이 끝나 땅값이 오른 뒤 거래도 이뤄진 상태라 이제 와서 사업에서 제외하면 큰 혼란이 우려된다”며 “주민들의 요구를 들어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고양=이동영기자>argu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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