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 야간교통편 미비…광화문까지 13만원 '바가지'

  • 입력 2001년 7월 9일 18시 35분


《7일 오후 10시경. 미국의 친지를 방문하고 돌아온 김모씨(54) 부부는 인천국제공항에서 서울 관악구 봉천동 집까지 가는 교통편을 찾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었다.

낮이라면 부근까지 가는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면 되겠지만 밤이 늦어 버스가 아예 끊겼기 때문. 두리번거리는 김씨 부부에게 10여분 동안 3, 4명의 택시운전사들이 접근해 최소 6만원에서 최대 10만원을 요구했다. 어떤 운전사는 미화 100달러(약 13만원)를 부르기도 했다.

흥정 끝에 6만원에 타기로 한 김씨 부부는 “미터기를 꺾으면 많아야 3만∼4만원이지만 밤늦은 시간에 무거운 짐을 들고 무작정 기다릴 수 없어 바가지 택시를 탈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휴가철을 맞아 하루 최대 7만2000여명이 이용하는 인천국제공항은 요즘 밤만 되면 호객 행위를 하는 택시 운전사들과 요금 실랑이를 벌이는 사람들로 어수선해진다. 간혹 연착하는 비행기가 있어 대중교통수단마저 끊기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달 26일 오후 8시48분 시카고발 마지막 비행기가 도착하자 입국심사대를 통과한 승객들이 한꺼번에 밀려 나왔다. 이때 반바지에 슬리퍼 차림의 30대 남자가 짐이 많은 외국인에게 “택시?”라고 속삭이며 접근했다. 외국인이 고개를 저으며 무시하고 지나치려 하자 이 남자는 끈질기게 따라 붙어 가격을 흥정했다. 20여분 이야기하던 끝에 외국인은 “식스티(6만원)?”라고 되묻고는 30대 남자를 따라 택시에 올랐다.

6일 밤에는 기자가 비행기에서 내린 손님처럼 가장해 택시를 타고 ‘광화문’이라고 하자 기사는 ‘6만원’을 불렀다.

게다가 고속도로 통행료 6100원은 별도라고 했다. “미터기대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지자 운전사는 “지금까지 손님 잡으려고 몇 시간을 기다렸는데 미터기대로 갈 수 있겠느냐”며 오히려 역정을 냈다.

광화문까지 오는 동안 운전사는 “하루 사납금이 7만∼8만원인 택시는 하루 종일 영업을 하지 않아도 공항에 들어오고 나가는 손님 두 번만 태우면 하루 일당 이상이 빠진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일부 택시 운전사들의 ‘한탕주의’가 나라의 관문 인천국제공항을 무법천지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승객과 화물을 함께 실어 나를 수 있도록 허용한 승합차(콜밴)까지 불법영업에 가세하고 있다.

건설교통부는 인천공항의 대중교통수단 확충 차원에서 20㎏ 이상의 화물이 있는 경우 승객을 태울 수 있도록 6인승 승합차의 영업을 허용했으나 많은 승합차들이 화물 없이 승객들을 실어 나르고 있다.

인천공항의 대중교통 상황은 낮 동안에도 열악하다.

서울로 가는 버스의 경우 노선이 20여 개 있지만 대부분 강남 지역에 치중해 있고 그나마 야간에는 평균 15분의 배차시간이 지켜지지 않아 20여분씩 연착하는 경우도 많다.

▼주간 버스 이용도 큰 불편▼

또 26개의 버스정류장이 길게 늘어서 있어 행선지에 따라 300∼400m를 걷는 불편을 겪어야 한다. 이 때문에 무거운 짐을 든 승객들은 택시를 찾을 수밖에 없게 된다.

인천공항 대회협력실 공보팀 안정준(安晸浚·35) 과장은 “공항측은 야간에 2명의 인원을 투입해 바가지 요금을 단속하고 있지만 수적으로 감당할 수 없는 데다 법적 행정적 단속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김창원기자>chang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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