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계와 경찰은 지난달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태 이후의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경찰과 민주노총은 수십대의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 시위 및 진압과정에서 서로의 불법행위를 포착하기 위한 열띤 ‘채증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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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서울의 경우 서울역과 대학로 등을 중심으로 진압부대원과 평상근무복 차림의 경찰관 등 모두 1만1000여명을 배치했지만 근로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집회장소에서 300여m 이상 떨어진 곳에 원격 배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경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2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11주년 노동절 기념대회’를 가진 뒤 오후 4시경 휠체어 장애인과 레미콘차량 11대를 앞세우고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종로와 광교를 거쳐 시청 앞 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민주노총 근로자들은 오후 6시 당초 경찰이 금지 통고한 광화문 진출을 위해 종로 1가 영풍문고 앞에서 여경들의 ‘립스틱 라인’과 대치하기도 했으나 결국 시청 앞 광장에 집결, 2시간여 동안 마무리 집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1시 4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집회를 갖고 오후 3시경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오후 4시반경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해산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으나 민주노총 가두행진 장면을 비디오에 담던 경찰관 1명이 흥분한 근로자 100여명에게 쫓겨 달아나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로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져 시민과 차량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최호원·현기득·박민혁기자>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