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절 큰 충돌 없었다…勞-警 '비디오 채증' 경쟁

  • 입력 2001년 5월 1일 18시 35분


1일 노동절을 맞아 서울 도심을 비롯해 부산 대구 광주 전주 원주 포항 제주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노동계의 대규모 집회가 열렸으나 우려했던 큰 폭력사태는 없었다.

노동계와 경찰은 지난달 대우자동차 노조원 폭력진압 사태 이후의 국민 여론을 의식한 듯 최대한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날 경찰과 민주노총은 수십대의 비디오 카메라를 동원, 시위 및 진압과정에서 서로의 불법행위를 포착하기 위한 열띤 ‘채증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었다.

민주노총 노조원들이 휠체어와 레미콘차량을 앞세운채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왼쪽) 한국노총
노조원들도 서울역 광장에서 집회를 갖고 있다

경찰은 서울의 경우 서울역과 대학로 등을 중심으로 진압부대원과 평상근무복 차림의 경찰관 등 모두 1만1000여명을 배치했지만 근로자들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집회장소에서 300여m 이상 떨어진 곳에 원격 배치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오후 2시경 대학로 마로니에 공원에서 2만여명의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제111주년 노동절 기념대회’를 가진 뒤 오후 4시경 휠체어 장애인과 레미콘차량 11대를 앞세우고 정리해고 철회 등을 요구하며 종로와 광교를 거쳐 시청 앞 광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민주노총 근로자들은 오후 6시 당초 경찰이 금지 통고한 광화문 진출을 위해 종로 1가 영풍문고 앞에서 여경들의 ‘립스틱 라인’과 대치하기도 했으나 결국 시청 앞 광장에 집결, 2시간여 동안 마무리 집회를 가진 뒤 해산했다.

한국노총도 이날 오후 1시 4000여명의 근로자들이 참가한 가운데 서울역에서 집회를 갖고 오후 3시경 명동성당까지 가두행진을 벌인 뒤 오후 4시반경 미도파백화점 앞에서 해산했다.

이날 시위대와 경찰 사이에 우려했던 큰 충돌은 없었으나 민주노총 가두행진 장면을 비디오에 담던 경찰관 1명이 흥분한 근로자 100여명에게 쫓겨 달아나다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

이날 시위로 광화문 네거리 일대를 중심으로 한 서울 도심 곳곳에서 극심한 교통 정체가 빚어져 시민과 차량운전자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최호원·현기득·박민혁기자>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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