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망자 곁에는 왜 여인들이]"모성본능" 분석

  • 입력 2001년 4월 30일 18시 44분


병역비리의 주범 박노항(朴魯恒) 원사는 은둔과정에서 탤런트 출신 김모씨(54·구속) 등 여성 10여명의 도움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탈옥수’ 신창원(申昌源)이나 ‘대도’ 조세형(趙世衡) 역시 범행과정과 감옥에서까지 여성들과의 염문을 뿌렸다.

이 같은 ‘도망자’와 ‘여자’ 사이에는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전문가들은 범죄심리학과 생리학 등의 측면에서 분석하고 있다.

동국대 이상현(李相賢·형사학) 행정대학원장은 “남성은 여성이 갖기 힘든 능력이나 돈, 성적 매력 등을 이용해 여성을 도피과정에 끌어들이기가 쉽다”고 말했다.

실제로 박원사의 경우 김씨에게 ‘아들의 병역 면제’라는 특별한 선물을 주고 관계를 형성했다는 것이 검찰의 주장. 검찰 관계자는 30일 “박원사는 김씨에게 ‘아들의 공소시효가 만료되면 자수하겠다’고 말했다는데 김씨가 구속된다는 말을 전해주자 무척 당황했다”며 두 사람의 ‘긴밀한’ 관계를 간접적으로 표현했다.

탈옥수 신씨의 경우는 절도 행각으로 벌어들인 현금과 강한 ‘체력’을 이용해 2년5개월 간의 도피기간 중 모두 6명의 여성과 동거했다. 동거녀들은 신씨를 신고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도피를 적극 도왔다.

이원장은 “상대방을 통해 감정적 생리적 욕구도 함께 충족할 수 있고 여성은 주위의 시선을 의식해 끝까지 비밀을 지킨다는 점도 남성에게는 유리한 점”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림대 조은경(趙恩慶·심리학) 교수는 “남녀를 떠나 상대방에게 정이나 의리를 느끼게 되면 범죄인을 신고해야 한다는 공적인 판단을 버리게 된다”고 말했다.

다만 “여성은 곤경에 처한 사람의 감정상태를 남성보다 잘 이해하고 다른 사람과 한번 형성한 관계는 잘 깨지 않는다는 특성이 있다”는 것.

수사 관계자들은 여성 특유의 ‘보호본능’ 역시 도망자와의 중요한 연결고리인 것으로 보고 있다. 조씨의 경우 80년대 초 ‘전성시대’ 때 부인 남모씨의 극진한 내조를 받은 데 이어 수감기간에는 다른 여성 전도사의 ‘옥중 내조’를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신석호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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