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생명의 나무심기

  • 입력 2001년 4월 5일 19시 25분


“나무 심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줄은 몰랐어요.”

식목일인 5일 오전 강원 춘천시 용산리 춘천댐 옆 유휴지에서는 춘천지역 장애인들과 자원봉사자 공무원 등 100여명이 참여한 가운데 ‘장애인과 함께 하는 생명의 나무심기 행사’가 열렸다.

‘장애인을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모임’(회장 정현래·鄭賢來)과 강원도가 주관한 이날 행사에는 지체장애인 시각장애인 등 장애인 60명과 가족, 자원봉사자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춘천댐 인근 도로변 300여평의 산림에 산벚나무와 복자기 산수유 등 300여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

어머니와 함께 참여한 지체장애인 변문상군(19)은 “나무를 심는 것이 이렇게 싱그럽고 상쾌한지 미처 몰랐다”며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찾아와 심은 나무가 쑥쑥 자라도록 보살피겠다”고 말했다.

또 자원봉사자와 함께 나온 길귀순씨(60·시각장애인)는 “60평생 생각해 보지도 못했던 일을 하고 나니 스스로가 대견스러워진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관한 지체장애인협회 이병길 춘천시지회장(46)은 “장애인들도 나무심기 등 보람있는 일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입증되지 않았느냐”며 “선입견을 버리고 장애인들과 함께 하는 행사가 많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가 많은 호응을 얻자 강원도와 ‘장애인을 생각하는 공무원들의 모임’은 11월 육림주간에 장애인과 함께 비료주기행사를 갖기로 했으며 내년에는 식목행사 규모를 대폭 확대할 방침이다.

<춘천〓최창순기자>cscho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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