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예보公 파산관재인 선임 사법권 침해 아니다"

  • 입력 2001년 3월 15일 18시 36분


공적자금을 투입한 금융기관의 파산관재인으로 예금보험공사 혹은 그 임직원을 선임토록 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조항이 ‘사법권의 침해’라는 법원의 주장을 헌법재판소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재의 이번 결정은 법원의 기존 권한이 다소 제한되더라도 공적자금을 조기 회수해야 할 ‘공공의 이익’이 더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헌재 전원재판부(주심 하경철·河炅喆 재판관)는 15일 공적자금관리특별법상의 파산관재인 관련조항이 사법권과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서울지법 파산2부 등 2개 재판부가 낸 위헌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6대 3의 다수의견으로 합헌결정을 내렸다.

▽쟁점과 판단〓지난해 12월20일부터 시행된 공적자금관리특별법 20조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기관이 파산할 때 공적자금의 효율적 회수가 필요한 경우 법원은 예금보험공사 또는 그 임직원을 파산절차를 관장하는 파산관재인으로 선임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예금보험공사가 관재인이 된 경우 법원의 허가 없이 파산재산의 처리 등을 할 수 있고 법원은 예금보험공사를 관재인에서 해임할 수 없도록 했다. 일반적인 파산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이 관재인 선임과 직무 감독, 업무 허가 또는 해임권을 전적으로 행사한다.

법원은 “일종의 재판인 파산사건에서 행정부의 의사에 따라 관재인을 선임하는 것은 사법권의 침해이며 일반 채권자와 동등한 자격인 정부 관계자가 관재인을 맡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 위배된다”며 1월 이후 세 건의 위헌제청을 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헌재는 이날 “파산관재인의 선임행위는 대립 당사자간의 법적 분쟁을 사법적 절차를 통해 해결하는 사법권의 본질적 행위는 아니다”고 못박고 긴급한 공적자금의 회수를 위해 법원의 권한을 다소 배제한 것은 합리적이라고 밝혔다.

▽법원의 입장과 전망〓서울지법 파산부 관계자는 “합헌으로 선언된 이상 법에 따라 시행하는 것이 법원의 원칙”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현재 파산절차가 진행 중이고 ‘공적자금의 효율적 회수가 필요한’ 금융기관의 경우 3월20일까지 예금보험공사나 그 임직원을 관재인으로 추가 선임해야 한다.

그러나 공적자금 회수가 필요한지 여부는 여전히 법원의 판단에 맡겨지며 예금보험공사가 아닌 임직원이 파산관재인일 경우 법원은 파산법에 따라 관리인 감독 및 해임권 등을 가진다.

<신석호·이정은기자>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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