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창감금 10년간 '노예매춘'…폭행·낙태강요 15억 갈취

  • 입력 2001년 2월 23일 18시 26분


접대부들을 철창에 가둬놓고 무려 10여년간이나 ‘노예매춘’을 강요하며 15억원을 갈취하면서 지역유지 행세까지 해온 40대 부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23일 충북 청원군에서 주점(속칭 방석집)을 운영하면서 13명의 접대부를 고용, 감금하고 24시간 감시를 하면서 매춘을 시킨 이관섭씨(42·충북 청원군 미원면) 부부 등 3명에 대해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또 이씨의 부탁을 받고 임신한 접대부들을 상대로 37차례의 낙태수술을 한 청주시 K산부인과 원장 김모씨(52)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씨 부부는 91년 10월 청주시 한 무허가 직업소개소에서 최모씨(당시 22세)를 600만원에 넘겨받은 뒤 그를 감금하고 윤락을 강요해 10년 동안 화대 2200만원을 뜯어내는 등 접대부 13명으로부터 모두 15억1000만원을 갈취한 혐의다. 이 과정에서 접대부 최씨는 이씨 부부의 강요에 의해 9차례나 낙태수술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씨 부부는 방석집을 운영하면서 접대부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숙소에 철창을 만들고 자물쇠를 채웠으며 말을 듣지 않을 경우 폭력까지 행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96년 4월부터 일해온 접대부 정모씨(31)는 경찰에 제출한 자신의 일기장에서 “100m도 안 되는 슈퍼마켓도 마음대로 못 가는 한심한 생활. 1초 1초마다 숨통이 끊어질 것 같다.” “이런 식으로 있다가는 정신병원으로 갈 것 같다. 아무도 몰라보게 미쳐버렸으면 좋겠다”고 절박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접대부 황모씨(28)는 “아가씨들 대부분이 한번씩 탈출을 시도했지만 실패했으며, 붙잡힌 뒤에는 아주 심하게 맞았다”고 전했다. 최씨 등 접대부 4명은 한달간 돈을 모아 6일 오후 미리 택시 한 대를 대절해놓고 “목욕 갔다 오겠다”며 술집을 극적으로 탈출, 충북 영동과 대전을 거쳐 12일 서울에 도착해 용산경찰서에 신고했다.

한편 이씨는 M라이언스클럽 회장으로 주변에서는 ‘침착하고 예의바른 인물’로 통했다.

또 부인 이순자씨(39)는 자녀가 다니고 있는 초등학교의 운영위원을 99년과 2000년 2년 동안 맡았고 98년에는 유치원 자모회장을 맡기도 했다.

지난해 6월에는 바자 알뜰시장 등을 열어 어려운 아이들을 돕고 남은 옷가지는 불우시설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완배기자·청원〓지명훈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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