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 1000여명 의약품 채택 리베이트 25억 받아

  • 입력 2001년 1월 29일 18시 30분


의약계의 고질적 병폐로 알려진 제약회사와 병원 사이의 의약품 납품 비리에 대해 경찰이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이번 수사에는 전국 50여개의 종합병원과 6개 대형 제약회사의 임직원 300여명 및 의사 1000여명이 대상에 올라 그 규모 면에서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러나 경찰은 지난해 10월 수사에 착수하고도 정작 돈을 받은 의사들에 대해서는 아직 소환조사를 하지 않아 의혹을 사고 있다.

▽수사내용〓경찰이 내사를 벌인 회사는 동아제약 중외제약 한미약품 한일약품 등 국내 회사 4곳과 MSD제약 한국화이자 등 외국계 2곳 등 모두 6곳. 이들 중 동아제약의 경우 99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5억원 상당의 금품을 의사 400여명에게 제공했으며 다른 회사들도 98년부터 최근까지 수천만∼수억원을 의사들에게 뿌린 것으로 밝혀졌다.

또 서울의 모대학병원 의사 A씨는 지난해 특정 회사가 만든 항생제를 계속 사용해주는 대가로 골프채 1세트(시가 190만원)와 술 접대 등 모두 290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다른 의사들도 학회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거나 골프 접대 및 술 접대 등 50만∼1800만원 상당의 금품 및 향응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은 “의약분업 실시 이후에도 제약회사 직원들이 의사들에게 금품을 건네며 ‘자사 제품으로 처방전을 써달라’고 청탁한 경우가 있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다음달 중순부터 금품을 받은 것으로 알려진 의사들을 선별 소환해 조사할 예정이다.

▽머뭇거리는 수사〓경찰은 그동안의 수사를 통해 소위 랜딩비 및 학회비 등의 명목으로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제약회사 관계자들의 진술은 확보했으나 돈을 받은 의사들에 대한 수사는 미루고 있다.

이에 따라 “의약분업에 대한 의사들의 반발이 격렬했던 지난해 10월 의료계 압박용으로 수사를 시작했다가 막상 분쟁이 타결되고 난 뒤 이들의 반발을 의식해 머뭇거리는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구나 경찰은 당초 29일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가 이날 오전 갑자기 “수사가 미진해 발표가 어려우니 2월말까지 한달 더 기다려 달라”고 보도진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제약회사 직원들이 의사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혐의가 포착돼 수사가 시작됐으며 이는 의약분업과 아무 관계가 없다”며 “수사가 지연되는 것도 관련자 수가 워낙 많기 때문이지 의료계의 눈치를 보는 것은 절대 아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대한의사협회 김세곤(金世坤)대변인은 “수사가 지난해 10월 시작됐다면 이는 표적수사일 가능성이 높다”며 “회원들의 뜻을 모아 경찰에 즉각 표적수사 중단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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