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투병 남편사별 아내, 진료의사에 '감사의 글' 전달

  • 입력 2001년 1월 10일 18시 28분


“이제야 조금이나마 마음을 추스를 수 있어 찾아왔습니다. 남편 없이 중학생 아들과 살 길이 막막한 저로서는 이런 마음의 선물밖에는 준비할 수 없었네요.”

10일 오후 2시경 충북 청주시 주중동 청주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실. 두달 전 암으로 남편과 사별한 김수연(金秀姸·43·청주시 사천동)씨는 남편을 마지막까지 진료했던 김윤섭(金倫燮·34)과장을 찾아 선물을 내밀었다.

선물은 돈도 상품권도 아닌 동아일보 9일자 오피니언 페이지(A7면) ‘독자의 편지란’에 소개된 자신의 글. ‘암 투병 남편과 가족에 빛이 돼준 의사들’이라는 제목의 글을 액자에 넣고 주황색 리본을 단 것이었다.

김씨의 남편은 지난해 10월 초 말기 암(늑막중피종) 진단을 받았다. 입원 상담을 위해 환자 상태를 A4 용지 5장에 빼곡히 타이핑해 가지고 갔다. 많은 시간을 할애해 줄 것 같지 않았기 때문. 그런데 김과장은 무려 40여분이나 친절히 상담해 주었다.

입원 후 남편은 병세가 점차 나빠졌고 그로 인한 분노와 절망감을 아내에게 마구 쏟아냈다. 김씨는 결혼 후 자신을 대학에 보내주는 등 따뜻하게 대해준 남편이 갑자기 남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김과장은 암환자의 증세에 따른 반응과 간병인의 마음자세 등에 대해 자상히 설명해 주었다. 그는 다시 용기를 냈다. 남편도 회진 때마다 사소한 호소에까지 일일이 귀를 기울이고 조치해 주는 김과장을 믿고 따랐다.

지난해 11월 11일 오전 10시 20분. 김씨는 남편의 임종을 지켜본 뒤 돌아서는 김과장을 향해 “남편은 선생님의 보살핌에 감사했어요. 가시는데 손이라도…”라며 흐느꼈다. 김과장은 혹시 하는 마음에 숨진 환자의 가슴에 다시 청진기를 대본 뒤 손을 잡고 명복을 빌었다. 김과장은 “선생님 덕분에 절망 속에서도 세상을 따스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됐다”며 10일 고마움을 표시한 김씨에게 “의사로서 당연한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청주〓지명훈기자>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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