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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0년 12월 26일 18시 4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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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자료’로 배포한 자기비판문은 ‘이것은 잘못되었습니다’로 시작해 민선 행정의 치부를 스스로 드러냈다.
대표적 사례는 인기를 노린 선심성 전시성 행사 급증. 민선 체제 출범 직전인 94년 성동구의 구민 표창장 수여건수가 410건인데 반해 올 한해에는 1300건으로 3배 이상 늘어났다. 각종 행사와 사업 홍보용 플래카드의 구입건수도 94년 94건에서 올해 174건으로 85.1% 증가했다. 제작비용으로 따지면 233%나 폭등한 셈. 고청장은 “플래카드의 색도 등이 다양해지면서 제작비가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불법행위에 대한 대응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차기를 의식할 수밖에 없는 구청장에게는 ‘주민들의 반발〓감표(減票)요인’으로 인식되기 때문이다.
주민들의 반발이 심한 불법 주 정차 단속건수는 6년만에 32.5%나 줄어들었다. 이 기간 성동구에서만 자동차 등록대수가 1만6850대나 늘어난 것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단속’의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같은 기간 각종 무허가 건물은 15.6%, 불법 노점상 등은 81.7%씩 늘어났다. 갑자기 닥친 경제위기가 주원인이었지만 집단반발없이 ‘좋게 좋게’ 넘어가려는 구청측의 태도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 솔직한 고백. 전체 업소수가 증가추세에 있는 환경 위생업소에 대한 행정처분 건수가 5년만에 오히려 50.9%나 감소한 것도 이같은 기류와 무관치 않았다고 인정한다.
그는 “잘못을 인정하는 바탕 위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고백록을 쓴 배경을 설명했다. 다만 자치단체장에 대해 선출직으로 계속하느냐, 임명직으로 바꾸느냐의 논란이 일고 있는 미묘한 시점에 이번 ‘고백’이 어떻게 비쳐질지 고민스럽다고 했다. 그는 민주당 공천으로 두 번 연속 당선됐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