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못간 4수생 비관자살

  • 입력 2000년 12월 24일 23시 12분


서울대 입학만을 고집하던 한 4수생이 올해 수능에서 390점이 넘는 고득점으로 명문사립대에 특차입학하고도 서울대 특차전형에서 실패한 것을 비관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3일 오후 1시경 서울 관악구 신림6동 C여관 207호에서 올해 수능시험을 치른 정모씨(21·서울 성동구 송정동)가 침대에 누운 채 숨져 있는 것을 여관 주인 최모씨(51)가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 조사에서 여관 주인 최씨는 “정씨가 22일 오후 7시반경 투숙한 뒤 다음날 정오가 되도록 인기척이 없어 들어가 보니 침대에 이불을 덮어쓴 채 반듯이 누워 숨져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견 당시 정씨의 입술이 새카맣게 타 있었고 방안에서 독극물인 청산가리가 뿌려진 과자 봉지와 맥주캔 및 ‘가족에게 미안하지만 서울대가 아닌 다른 곳은 다니기 싫다’는 내용의 A4 용지 4장 분량의 유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정씨는 모 과학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97년 내신 성적을 의식해 고등학교를 자퇴한 뒤 그 해부터 3년 연속 서울대 법대에 지원했으나 낙방했으며, 올해 수능에서도 391.4점을 받아 서울대에 지원하지 못하고 대신 명문사립대 경영학과에 특차합격했다.

<이완배기자>roryrer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