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화재·SKM, 대주주 재산도피 의혹

  • 입력 2000년 12월 11일 19시 34분


제일화재와 SKM(옛 SK 마그네틱) 등 부실기업 대주주들이 재산도피 의혹을 받고 금융감독원과 채권은행단의 조사를 받고 있다. 대주주의 재산도피로 기업 부실이 커졌다면 국민세금인 공적(公的)자금 부담도 그만큼 무거워진다.

▽제일화재 무허가 역외펀드=금융감독원은 제일화재가 96년 이후 210억원 역외펀드를 허가없이 조성해 투자하다가 100억원대 손실을 본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김기홍(金基洪) 부원장보는 11일 "제일화재가 국내 금융기관으로부터 210억원대 외화자금을 조성해 만든 역외펀드로 러시아 채권 및 제일화재 주식 등에 투자해 100억원대 손실을 봤다"고 밝혔다. 김부원장보는 "조사과정에서 펀드에서 거액이 모자라는 것을 확인했다"며 대주주 등이 회사자금을 빼돌렸는지에 대해서도 조사중 이라고 말했다. 제일화재는 이동훈(李東勳)씨가 대주주 겸 회장인데 이회장은 한화그룹 김승연(金昇淵) 회장의 매부이자 이후락(李厚洛) 전 중앙정보부장의 아들이다. 금감원은 이회장 등 전현직 임직원 7명을 지난달 28일 출국금지시켰다.

김부원장보는 "제일화재는 재정경제부의 사전허가도 받지 않았고 펀드조성 자체도 장부에 기록하지도 않았다"고 말했다.그는 이어 "경영부실에 빠진 제일화재의 부실 요인을 찾는 과정에서 회계조작 혐의가 포착됐다"며 "복잡한 해외거래가 개입돼 사실관계 확인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제일화재측은 "당국의 허가는 받지 않았지만 총자산 10%까지 해외투자가 가능하다는 규정에 따라 해외펀드를 만들어 수익률 높은 러시아채권과 경영권방어를 위해 자사주를 사들였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제일화재는 올 초에도 96∼97년 당국의 허가없이 역외펀드로 무리한 투자를 벌이다가 120억원의 손실을 입어 실무 임원 3명이 검찰에 통보됐다.

▽SKM의 석연찮은 자산매각=금융감독원은 지난주 "채권단에 지난달 스스로 부도를 낸 SKM(옛 SK 마그네틱)의 대주주가 불법행위를 했는지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11일 외환 조흥은행 등 채권단에 따르면 SKM은 '고의 부도'를 내기 직전 비정상적 거래를 한 것으로 파악됐다.

채권은행 관계자는 11일 "SKM이 파산직전인 지난달 초 쉐라톤 워커힐 호텔 면세점 운영권을 SK그룹 계열인 호텔측에 200억원 가량에 매각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채권단은 SKM이 입금된 돈으로 SK증권이 갖고 있던 SKM발행 기업어음을 갚은 흔적을 찾았지만 SKM이 자료요청에 응하지 않고 있어 조사에 진전이 없다"고 말했다. SKM은 채권은행단에 면세점 매각이라는 중요 사항을 사후에도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관계자는 "SKM이 부도직전 당좌대출 한도까지 돈을 빌렸다 며 이 돈도 어디에 사용됐는지 확인하지 못했지만 SK계열 채권단의 빚을 먼저 갚은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채권은행단측은 "SKM의 변칙행위를 일부 파악했지만 조사권이 없다"며 "대주주의 불법행위를 파악하기 위해 검찰 통보를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인 외환 조흥은행은 대주주 최종욱(崔鍾旭)씨의 재산파악을 위해 신용정보기관에 의뢰했다.

SKM 김영배부장은 "면세점 매각은 유동성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갑자기 내려진 결정으로 채권단과 상의하지 못했고 당좌대출을 늘인 것도 빚독촉 때문으로 부도덕한 결정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승련 이나연기자>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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