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소추 모면 검찰표정]내부갈등 후유증에 '한숨'

  • 입력 2000년 11월 19일 18시 36분


박순용(朴舜用)검찰총장과 신승남(愼承男)대검차장이 국회의 탄핵소추 위기를 가까스로 모면했으나 이번 탄핵소추 파동은 검찰에 큰 후유증과 과제를 남겼다.

그동안 수뇌부의 탄핵소추를 보는 시각이나 대처방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검찰 내부가 상당한 갈등을 겪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 와중에 동방금고 불법대출 사건 등 굵직한 의혹사건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국민적 불신도 위험수준에 이르렀다.

검찰 관계자는 “탄핵위기를 넘긴 검찰의 제1과제는 조직안정, 그 다음 과제는 국민의 신뢰회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먼저 검찰 수뇌부와 간부들이 정치권력과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등 뼈를 깎는 자성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공통된 지적이다.

고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부 검찰 간부들이 출세를 위해 여권 인사에게 줄을 대는 상황에서 검찰권 행사가 엄정할 수 있겠느냐”며 “그런 잘못된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한 검찰의 정치적 중립은 백년하청”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검찰 간부들이 자신의 자리를 제대로 지킬 때 정치권력도 함부로 할 수 없는 법”이라며 “그래야 권력의 필요에 의한 불공정한 검찰인사도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검찰이 사는 길은 본연의 임무인 사정(司正)을 불편부당하게 지속적으로 하는 것이라는 주문도 많다. 조만간 본격화할 공직사회에 대한 사정과 관련해 검찰 내부에서 “이번 사정이 충격요법용, 국면전환용 사정이 돼서는 안된다”는 얘기가 나오는 것은 그간의 편파수사 시비에 대한 일종의 자성의 목소리인 셈이다.

대검이 본격 사정에 앞서 18일 전국 감찰담당 부장검사 회의를 열어 자체 사정을 강조한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여전히 정치권 사정의 경우 정치적 시비를 우려해 매우 소극적인 자세다. 이 때문에 이번 사정의 주요 타깃은 사회지도층 인사와 비리 기업인, 고위공직자 등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그런 측면에서 한 검찰 고위간부의 말은 시사적이다.

“검찰이 눈 딱 감고 지탄받고 있는 여권 핵심인사에 대한 사정에 나서면 국민의 인식이 달라질 것이다. 정공법(正攻法)으로 사정하는 길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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