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탈선행태]"돈만 되면 뭐든지 한다"

  • 입력 2000년 10월 27일 18시 51분


‘정현준 게이트’로 벤처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이 도마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기술력과 아이디어로 승부해야 할 벤처기업이 재벌 흉내를 내다가 문제가 된 케이스. 한국디지탈라인과 디지탈임팩트, 평창정보통신을 묶어 디지탈홀딩스라는 ‘제국’을 설립하려던 그의 계획은 시장이 꺼지면서 물거품이 되어버렸다.

▼문어발 사업확장 '재벌흉내'▼

업계 전문가들은 일부 벤처기업 CEO들의 졸부 행태도 문제지만 그보다는 벤처기업가로서의 열정과 기업가 정신을 회복해야 하는 게 우선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표적인 닷컴기업으로 꼽히는 A사는 정보통신 관련 사업 외에도 일반여행업, 유통서비스, 부동산임대, 인쇄 및 출판, 헤드헌팅 등 다양한 사업 영역에 진출해 있다. 이 회사는 ‘비즈니스 모델이 없다’는 평을 받고 있지만 신용금고는 물론 파이낸스사에까지 출자를 하는 등 사업 다각화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역시 온라인 기업인 B사는 올들어 실제 영업보다 다른 코스닥기업에 대한 투자에서 훨씬 더 많은 이익을 내고 있다.

벤처기업이라고 여러 가지 사업 영역에 손을 대거나 다른 기업에 출자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하지만 단순히 돈벌이를 위해 관련도 없는 사업에 투자하거나 계열기업 늘리기에 치중하는 경우는 문제다. 특히 공모나 증자 등을 통해 조달한 자금을 마치 자기 돈처럼 멋대로 운용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돈끌어쓰려 사채시장 전전▼

증시가 활황세를 보였던 올해 상반기에 다른 기업에 투자했던 벤처기업 가운데 투자 기업이 도산하거나 주가가 폭락해 원금조차 못 건지게 되는 경우도 나오고 있다. 국내 로펌의 한 변호사는 “투자했던 기업의 주가가 폭락해 손실을 입자 연말 감사를 앞두고 돈을 끌어다 채우기 위해 사채시장을 전전하는 벤처 CEO들이 많다”고 전했다.

벤처기업이 지주회사나 인수 및 개발(A&D)이라는 명목으로 계열사를 늘리는 경우도 문제. 지주회사는 당초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비슷한 업종을 영위하는 기업들을 한데 묶어 경쟁력을 극대화하기 위해 도입된 것. 그러나 코스닥시장에서는 지주회사 설립이 단순히 주가를 올리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벤처기업들도 코스닥시장의 활황을 이용해 한몫 챙기기에 주력하기보다는 연구 개발과 새로운 부가 가치 창출이라는 본연의 자세로 돌아갈 때라는 지적이다.

<홍석민기자>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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