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兄생사확인 백영철씨 사연]"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 입력 2000년 10월 2일 19시 05분


지난해 가을 인터넷에서 북한인명사전을 뒤져보다 형님이 김책공대 강좌장이라고 돼 있어 살아계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연락이 오다니 놀랍습니다.

북한에서 보내온 2차 이산가족 생사확인 의뢰자 명단에 맏형 백영철씨(78)가 포함돼 있다는 소식을 들은 동생 영방(永枋·64·경기 성남시 분당구 수내동)씨는 2일 형님의 생존소식에 벅찬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영방씨는 "72년과 76년 돌아가신 부모님이 살아계셨다면 정말 기뻐했을 것"이라며 "형님이 북으로 가신 뒤 부모님은 대소사 때마다 눈물을 흘리시곤 했다"고 회고했다.

형 영철씨가 북으로 가게 된 것은 50년 8월경. 당시 가장 큰 비료공장이던 평남 흥남시의 흥남질소비료공장을 시찰하러 간다고 한 게 마지막이었다. 영방씨에 따르면 46년도 서울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시간강사로 출강하다 다른 학자들과 함께 공장시찰을 간다며 나가고선 소식이 끊겼다는 것.

영방씨는 그러나 "50년 1·4후퇴때 북한에서 사람이 와 '영철씨가 북에서 잘 살고 있다'며 "형수님과 조카들을 데려갔다"고 밝히고 "6·25 이전에도 교수였던 만큼 학자로 대성할 줄 알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에서 특허법률사무소를 운영중인 영방씨는 "형님과 14살 차이가 나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며 "그러나 내가 49년에 경기중에 입학했을 때 좋은 학교에 들어가 정말 고맙다며 대견스러워 했던 기억이 난다"며 감격해 했다.

형 영철씨가 양정중 재학시절 친구들과 찍은 사진 한 장만을 갖고 있다는 영방씨는 "큰 형과 만나면 사진이나 실컷 찍고 회포를 풀겠다"고 말했다.

백씨의 남매는 4남1녀로 나열씨(85·여·전남 장흥군 관산면)가 가장 맏이이며 북한의 영철씨가 맏형, 영재(永載·74.경기도 안양시 동안구 평촌동)씨가 둘째, 영주씨(60·서대문보건소 보건지도과장)가 막내다.

<하종대기자>orionha@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