린다김 美출국… 배후의혹 끝내 미궁

  • 입력 2000년 10월 1일 18시 44분


무엇이 린다 김을 자유롭게 할까.

7월 초 1심 재판에서 ‘죄질이 나쁘고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실형을 선고받고 법정구속됐던 재미교포 로비스트 린다 김(한국명 김귀옥·47·여)이 2개월 만에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고 풀려나더니 바로 미국으로 출국했다.

법조계에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며 또 다른 배경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아해하고 있다.

린다 김은 지단달 29일 남편 김모씨(39)와 함께 대한항공편으로 출국해 30일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도착했다. 그가 다시 자발적으로 돌아오지 않는 한 그에 대한 수사기관의 추적과 추가수사는 사실상 물 건너 간 셈. 따라서 숱한 의혹 속에 이어져온 ‘린다 김 사건’도 마침표를 찍게 됐다.

린다 김의 출국이 가능했던 것은 검찰이 대법원에 상고하지 않았기 때문. 검찰은 “항소심 재판부는 린다 김을 집행유예로 석방하긴 했지만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거의 다 인정했다”며 “법률상 선고형량이 불만족스럽다는 이유, 즉 ‘양형 부당’을 이유로는 상고할 수 없게 돼 있다”고 말했다. 상고를 하지 않은 이상 출국을 금지시킬 근거도 없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법조인들은 형식논리적으로 보면 검찰의 설명이 맞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이 같은 사태는 결국 검찰이 처음부터 린다 김 수사를 졸속으로 진행해 기소가 부실하게 이뤄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검찰에 ‘원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

법원의 태도도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 1심 재판부는 7월7일 “린다 김은 미국 영주권자로 그가 빼낸 군사기밀은 해외에까지 누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죄질이 나쁘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김피고인이 뉘우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언론 활동을 통해 스스로를 변론하는 등 도주 및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법정구속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불과 두 달 만에 그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묶인 몸을 풀어줬다. 한 일선 검사는 “사실관계가 같은데 갑자기 나빴던 죄질이 덜 나빠지고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달라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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