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대출파문]"朴장관-이운영씨측 수차례 협상"

  • 입력 2000년 9월 14일 01시 13분


이운영(李運永) 전 신용보증기금 영동지점장이 대출보증 압력의 당사자로 지목한 박지원(朴智元)문화관광부장관 및 박혜룡씨(구속)측과 올해 여러 차례 물밑 접촉을 갖고 다양한 ‘협상안’을 교환했던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을둘러싸고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이씨측의 (협상)제안을 단호히 거절했다”고 밝힌 바 있는 박장관이 사직동팀 수사결과에 따르면 ‘1300만원 수뢰혐의자’에 불과한 이씨측과 이 같은 대화를 계속하며 ‘선처’를 약속하기까지 했던 배경이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

이씨측의 ‘메신저’로 5월6일과 8월30, 31일 등 세 차례에 걸쳐 박장관과 만났던 지찬경 동국대 총동창회 사무총장에 따르면 박장관은 이씨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진 직후인 8월30일 지씨와 만나 “이씨가 기자회견을 하지 말고 빨리 동부지청이나 서울지검에 출두하게 하면 내가 자술서를 써서라도 최선을 다해 돕겠다”고 말했다는 것.

박장관은 또 이 자리에서 “내가 법적으로 도울 길이 있으면 코치해달라”고까지 했다고 지씨가 전했다. 특히 이씨 사건이 불거지기 이전인 5월6일 지씨가 박장관을 처음 방문했을 때 “이운영이 그 사람 나쁜 사람 아니냐”며 일방적으로 매도하던 것과는 태도가 크게 달랐다는 것.

이에 앞서 신용보증기금 대출외압사건의 주요 당사자인 박혜룡씨도 1월7일과 2월초, 3월초 등 세 차례에 걸쳐 이운영씨측과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당신 때문에 이런 일이 생겼으니 결자해지 차원에서 해결해달라”는 이씨측의 요구에 박장관과의 만남을 주선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것.

당시 박씨를 만났던 이씨측 관계자는 “처음에는 박씨가 ‘이운영이 대출보증을 제대로 해주지 않아 사업이 망할 뻔했다’며 고함을 질렀지만 박장관이 개입했다는 대목을 꺼내자 이내 태도가 수그러들었다”고 소개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박씨가 ‘박장관에게 혼난다’며 박장관을 만나러 갈 때 이운영씨도 동행할 것을 요구했지만 수배중인 이씨의 여건을 고려해 이씨가 박장관에게 전하는 편지를 쓰고 이를 박혜룡씨가 전달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와 관련해 “이는 박씨가 적극적으로 이씨 문제를 진화하려 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라고 해석하면서 “그러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박씨가 마지막 접촉에서 박장관과의 면담주선을 기피해 대화가 중단됐다”고 소개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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