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지루한 '묘수찾기'…연휴동안 대화 진전없어

  • 입력 2000년 9월 13일 18시 53분


“답답하다. 갈수록 꼬이기만 하니….” 13일 최선정(崔善政)보건복지부장관 주재로 열린 의료대란 대책회의에서 관계 공무원들은 사태 해결을 위한 묘수를 찾지 못해 한숨만 내쉬었다.

▼연휴동안 대화 진전없어▼

의료계도 정부를 향해 불만을 토로했다. 의권쟁취투쟁위원회 주수호(朱秀虎)대변인은 “정부가 구속자 석방 등 전제조건에 대해 전향적인 자세를 보이는가 싶더니 말을 바꿨다. 연휴 직전 의쟁투 홍성주중앙위원에 대한 구속적부심이 기각된 것은 대화 거부를 의미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의료계가 15일부터 동네의원 ‘3차 폐업’ 및 의대교수 진료 철수를 공언한 상태이나 이처럼 양측은 연휴 기간 동안 별다른 접촉을 갖지 못했다. 하지만 사태의 장기화로 곤혹스러워진 정부는 비공식적으로 ‘의료계 비상공동대표 10인 소위’에 대화에 나설 것을 설득하고 있다.

안효환(安孝煥)약무식품정책과장은 “의료계가 요구하는 임의조제 근절 방안 및 대체조제 금지의 범위 확대, 의사 인력 수급, 보건의료발전특위 구성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폐업에 내심 부담을 느끼고 있는 의료계도 “14일쯤 정부가 어떤 ‘제스처’를 보이지 않겠느냐”며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가 전면 폐업에 돌입하고 의대교수가 진료실에서 철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재폐업시기연기 검토▼

의쟁투 관계자는 “14일 의쟁투 중앙위원회의에서 재폐업 시기를 연기하거나, 진료를 하면서 1000만명 서명운동에 돌입하는 등 홍보전으로 방향을 바꾸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대교수들도 15일 서울대 의대에서 회의를 열고 진료 철수 여부를 논의할 예정이지만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분만실 등은 어떤 형태로든 지킬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한달반째 계속돼 온 의정간의 지루한 싸움이 당장 종결되기를 기대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전공의들은 협상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더라도 약사법이 개정될 때까지는 투쟁을 계속하겠다는 태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대화와 협상을 하려면 의료계도 뭔가 양보를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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