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銀 불법대출]박현룡씨 청와대 재직때 대출보증 압력 의혹

  • 입력 2000년 8월 29일 14시 37분


최근 한빛은행 거액 불법대출사건의 핵심인물로 지목받고 있는 박혜룡(47·구속수감중), 현룡(40)형제가 지난해에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거액의 대출보증서를 발급받기 위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당시 박씨 형제는 자신들을 '박지원 대통령공보수석비서관의 친조카'라고 소개했으며 그 가운데 당시 대통령 공보수석비서실 해외언론담당 행정관이었던 동생 현룡씨는 혜룡씨의 회사인 A사의 이사자격으로 신용보증기금을 찾아와 대출보증서의 발급을 강요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들과 이 회사 前영동지점장 이운영(李運永·52)씨의 부인 이광희(李光姬·53)씨에 따르면 박씨 형제는 지난해 3월경 신용보증기금 본점 간부의 소개로 이씨를 찾아와 15억원 대출을 위한 보증서 발급등을 요구했던 것.

그러나 이씨는 A사에 대한 실사 결과 채무가 많고 신용도 별로 좋지 않은 것으로 평가돼 이를 거부했다고 회사 관계자들은 전했다.

이씨는 대신 5억원 가량은 대출보증해줄 수 있다고 제의했으나 박씨 형제가 거부해 성사되지 못했다는 것. 이씨는 대출 거부직후인 지난해 4월말 경찰청 조사과(일명 사직동팀)로부터 비리혐의에 대한 조사를 받고 사표를 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의 부인은 이와 관련해 "올 1월 혜룡씨를 만나 '남편을 살려달라'고 애원했다"며 "당시 혜룡씨가 사실은 나는 박장관의 친조카는 아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당시 서울 동부지청에서 이씨 사건을 담당했던 김학석(金學奭·현 천안지청 검사)검사는 "대검에서 이씨가 뇌물을 받았다는 첩보가 내려와 수사했으나 그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아 기소중지했다"며 "이 사건에 '박혜룡'이라는 인물이 관련되어 있었는지는 모른다"고 말했다.

<하종대·신석호·이승헌기자>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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