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꽃게-복어 미스터리]검역당국은 뭐했나?

  • 입력 2000년 8월 27일 19시 13분


중국산 꽃게와 냉동복어에서 납 검출이 계속되자 당국의 검역능력과 유통경로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해 수입된 중국산 수산물은 29만5700t. 전체 수입량의 39.6%로 러시아(17%) 미국(10%) 일본(7%)에 비해 압도적이다. 냉태와 조기가 가장 많고 낙지 가자미 오징어 등이 주류를 이룬다.

▽검역이 불안하다〓지난해 전체 수입 수산물 가운데 정밀검사를 실시한 비율은 26%로 미국의 2%, 일본의 7% 정도에 비해 월등히 비율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6일 추가로 납덩이가 발견된 냉동꽃게는 이미 통관절차를 마친 것으로 드러나 충격적이다.

수입 수산물 검사는 국립수산물검사소의 11개 지방지소가 맡고 있지만 장기 보관하면 위생상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통상 ‘신속히’ 이뤄지는 편이다.

더구나 인력과 장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수산물 수입량은 97년부터 99년까지 2년간 70% 가까이 늘었으나 인력충원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중국산 수산물이 가장 많이 수입되는 인천지소의 검사 인력은 고작 9명.

‘납덩이 사건’이 터지자 당국은 10여대의 금속탐지기를 황급히 구입했지만 인천과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9개 지소는 여전히 금속탐지기도 없는 형편이다.

▽왜 납을 넣었나〓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인천종합어시장 조기봉관리팀장(38)은 “중국 내 수출업자가 경쟁관계에 있는 다른 수출업자를 위험에 빠뜨리기 위해 쉽게 발견되는 납을 집어넣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른바 ‘음모론’이다. 조팀장은 “꽃게 한 상자에 납이 들어있는 경우는 1, 2마리뿐이어서 무게를 늘리기 위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종합어시장에서 꽃게판매점을 운영하는 이영아씨(35·여)는 “중국 어부들이나 수출업자가 조금이라도 무게를 늘리기 위해 납을 넣었을 것”이라고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씨는 “납이 발견된 꽃게를 누가 수출했는지 어시장에서 쉽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수출업자의 ‘음모론’은 설득력이 없다”고 말했다.

<최수묵기자·인천〓박정규기자>moo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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