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학여행 버스 참사 원인]S字 내리막길 '죽음의 질주'

  • 입력 2000년 7월 14일 23시 34분


'죽음의 고속도로.'

14일 수학여행을 마치고 귀가중이던 고교생 다수를 희생시킨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추풍령휴게소에서 수㎞ 구간은 평소에도 운전자들 사이에 죽음의 고속도로라고 불릴 정도로 위험한 곳이다.

결국 이날 사고는 구조적으로 위험한 고속도로 구간을 안전거리 확보 라는 가장 기초적인 운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일어난 인재(人災)였다.

▼도로구조▼

경부고속도로 추풍령 고개 정상(추풍령 휴게소)인 서울기점 214㎞부터 218.5㎞까지 구간은 상하행선 모두 크고 작은 교통사고가 끊이지 않는 곳이다. 특히 하행선은 도로의 기울기가 -3.45∼-6.5%(100m 진행시 6.5m경사)로 굴곡이 매우 심하고 곡선반경이 600m에 불과, 속도를 낼 경우 커브를 제대로 돌지 못해 중앙분리대 충돌이나 추돌 사고가 잇따랐다.

지난달 27일 낮 12시경 이 구간에서 강원 80나 7796호 5t 화물트럭(운전자 양재섭·50)이 과속으로 달리다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은 뒤 마주오던 서울 54라 4313호 쏘나타승용차(운전자 류근동·39)와 추돌, 류씨가 숨졌다.

이에 앞서 26일에는 미국인 33명을 태우고 경주로 가던 관광버스가 커브길을 돌던 중 급정거하는 승용차를 발견하지 못해 중앙분리대를 들이 받았으며 지난달 22일에도 화물트럭 7대가 커브길을 과속으로 달리다 앞서가던 차가 선 것을 발견하지 못하고 연쇄추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고속도로 순찰대에 따르면 사고현장 부근에서 올 상반기 중 발생한 사고는 12건으로 3명이 사망하고 9명이 부상했다.

한국도로공사 구미사업소 관계자는 "이날은 특별히 전광판을 통해 빗길 교통사고 위험을 경고했으나 대형사고가 발생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과속운전▼

고속도로를 주행할 경우 앞차와의 안전거리는 주행속도 숫자와 같다(시속 100㎞일 때 100m)는 것은 상식이고 고속도로 곳곳에 이를 환기시키는 표지판이 설치돼 있다.

그러나 고속버스들은 앞서가는 승용차를 뒤에서 바짝 붙어 주행선으로 몰아넣기 예사이고 10여대씩 열을 지어 운행하는 관광버스는 아예 추월선을 독차지한 채 마치 열차처럼 거의 붙어 다니기 일쑤다.

이같은 잘못된 운전습관으로 내리막길을 달려 내려가던 관광버스는 미쳐 손쓸 사이도 없이 정차해 있던 앞차를 차례로 추돌했고 뒤따르던 버스는 추돌을 피하기 위해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질 수 밖에 없었던 것.

버스가 굴러 떨어진 도로 인근 논에서 농사를 짓는다는 이 마을 전종만(全鍾萬·43)씨는 “이번에 사고가 난 지점은 비만 오면 교통사고가 빈발하는 곳이라 논에 나가 일할 때면 언제 차량이 튕겨져 나올지 불안하기만 하다”고 말했다.

전씨는 “마을 사람들과 의논해 이곳 도로의 구조를 고쳐 주도록 민원을 제기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추풍령=이혜만기자>ham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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