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납토성 문제]경당연립 주민들"435억 보상받아야"

  • 입력 2000년 7월 11일 19시 08분


11일 오전 서울 송파구 풍납1동 경당연립 재건축 부지 주변은 한적한 느낌만 감돌았다. 태풍의 영향으로 간간이 비가 뿌렸지만 사적(史蹟) 지정이 예고된 후 조합원들이 공사 현장에 비닐을 덮고 복토를 한 상태였다. 팽석락 경당연립 재건축조합장은 “웬만한 비가 내려도 물을 빼낼 수 있는 펌프시설까지 갖춰 놓아 수해 걱정은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문화재 보호와 재산권 행사가 첨예하게 맞붙은 ‘풍납토성 문제’는 제2라운드에 접어들어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태다.

잠시 수그러졌던 갈등의 불씨가 지펴진 것은 경당연립 재건축부지조합 측이 최근 보상요구액을 435억원으로 확정, 서울시와 송파구청에 전달하면서부터다. 보상액은 재건축이 이뤄질 경우 조합원 222명이 확보가능한 아파트 평형의 주변 시세를 고려해 결정한 것.

재건축 조합원들의 보상 요구액을 전달받은 서울시는 보상기준의 적절성을 따지기 위해 한국감정원에 컨설팅을 의뢰했다. 감정결과는 8월초에 나올 예정이나 서울시는 내심 떨떠름한 기색. 토지 거래가격에 그동안 재건축 조합원들이 지출한 비용을 합산하면 될 것으로 예상했는데 이들이 제시한 비용이 턱없이 많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내부적으로 재건축 부지(2390평)의 평당 토지가가 400만∼500만원 정도라는 점을 감안할 때 토지가는 100억원 정도이고, 그동안 조합원들이 낸 비용을 합쳐도 250억원 정도면 적절한 보상액이 될 것으로 보고 있었다. 보상액이 확정될 경우 국가와 서울시가 7대 3 비율로 부담하게 돼 있다.

이같은 서울시의 움직임에 대해 재건축조합 측은 흥분하고 있다. 팽조합장은 “요즘 연체이자 부담에 허리가 휜 주민들이 낸 보상액은 주변 시세를 반영한 최저한의 요구”라며 “적절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소송은 물론 모든 방법을 다 강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5월26일 문화재위원회의 결정 이후 중앙 정부와 주민의 틈에 낀 서울시의 불만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무관청인 문화재청은 방관하고 있고, 주민들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측은 “설사 보상액이 확정되더라도 시가 부담할 30%의 재원 마련도 어려운 실정”이라면서 “국가지정 문화재의 보존 관리에 소요되는 경비는 국가부담이 원칙이므로 정부에 국비 지원을 적극 건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풍납토성지구 내 19만3000평에 이르는 주거지역에 대한 보상문제도 언제 폭발하지 모를 ‘뇌관’. 문화재위원회는 이 지역 내 유적 보존을 위해 도시계획에 의한 지구지정으로 건축을 제한하라고 했지만, 서울시는 “건축제한에 따른 주민들의 불만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조만간 반기를 들 태세다. 정부차원에서 지구내 부지를 모두 사들이는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는 게 서울시의 복안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화재 보호 문제로 유사한 갈등을 빚고 있는 전국의 건축 현장은 이 문제 처리의 향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연욱기자>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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