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대규모 인사 단행]차기구도 가시화…세대교체

  • 입력 2000년 7월 10일 21시 43분


검찰에 또 다시 인사태풍이 불고 있다. 지난해 5월 조폐공사 파업유도 발언 등의 여파로 검찰총장과 검사장급 고위간부가 무더기로 퇴직한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검찰에 대규모 인사이동이 이뤄지고 있다.

10일 단행된 검사장급 이상 검찰 고위간부 인사의 특징은 차기 구도 의 확립과 세대교체 등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인사 규모도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

우선 박순용(朴舜用·사시8회) 검찰총장의 임기가 절반이 지나면서 검찰내 실세 로 통하는 신승남(愼承男·사시9회) 대검차장에게 더욱 무게가 실리게 됐다는 시각도 많다. 신차장과 동기인 강신욱(姜信旭)서울고검장이 대법관에 임명돼 검찰을 떠난데다 이태창(李泰昌)법무연수원장도 검찰을 떠나게 됐기 때문이다. 또 사시10회 중에서도 주요 보직에 남아있는 간부는 없다.

이에 따른 연쇄반응으로 세대교체도 이뤄져 사시 12, 13회가 검찰 주류를 형성했다. 12회 출신들은 일부 선배들을 제치고 한꺼번에 3명이 고검장으로 승진한데다 서울지검장을 계속 떠맡게 됐다. 13회는 기존의 대검 중수부장을 비롯, 검찰국장과 수도권 검사장을 차지했다.

서울지검장에 비호남 출신을 기용하는 등 지역안배에 신경을 쓴 흔적도 볼 수 있다. 당초 서울지검장에는 김승규(金昇圭) 수원지검장이 유력했으나 김검사장이 최근 실시된 공무원 정기 건강검진에서 이상 이 발견돼 막판에 바뀌었다. 법무부 관계자는 치료하면 완치가 가능한 병이어서 김검사장 본인이 한직을 원했다 고 말했다.

그러나 대검 공안부장에 대통령 민정비서관 출신 이범관(李範觀) 검사장이 전보되는 등 전체적으로 국민의 정부 친정체제가 강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검찰권 행사의 내용과 방향도 이전과 차이가 많이 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법무부도 법무부와 대검, 일선지검장을 대폭 바꾼 것은 조직의 분위기를 쇄신해 공권력의 상징인 검찰권을 강하게 세우려는 뜻이 있다 고 말해 사정(司正)바람이 몰아칠 가능성을 내비쳤다.

검찰의 별 로 꼽히는 검사장 승진 인사는 출신지역별로 골고루 나눠졌다. 그러나 이는 지역안배 라기보다는 승진대상자들(사시16회)이 원래부터 출신지역이 제각각인데 따른 자연스런 결과라는 평.

따라서 인사의 공정성 여부는 다음주 단행될 것으로 보이는 차장검사 이하 일선 검사 인사에 달려 있다고 보는 견해가 많다. 한 중견검사는 실제로 일하는 자리인 재경지청장과 각 지검 차장, 특수부 간부와 중수부 실무자들 인사가 주목된다 고 말했다.

<이수형기자>so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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