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치는 불량식품]업자 "걸려봤자…" 배짱 제조판매

  • 입력 2000년 6월 28일 19시 17분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는 불량 유해식품의 생산과 유통이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량식품이 범람하는 것은 무엇보다 생산자체를 막을 제도적 장치가 허술한데다 단속법규와 법원의 판결마저 솜방망이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불량식품 제조와 판매행위에 대한 처벌법규 강화와 감시 고발 등 우리 사회 전체의 엄정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들이다.

▼실태▼

서울경찰청은 28일 두부의 제조와 냉각과정에서 오염된 지하수를 사용한 17개 업체를 적발했다.

경찰 조사결과 S식품이 사용한 지하수에서는 두통, 간 장애, 관절 이상, 간 종양 등을 유발하는 인체유해 유기물질인 트리클로로에틸렌이 2.111㎎/ℓ 검출돼 기준치(0.03㎎/ℓ)보다 70배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C종합식품이 사용한 지하수에서는 일반세균이 기준치(100이하/㎖)보다 80배를 초과했다.

이밖에 적발된 다른 대부분의 업체도 시중에 판매한 재래식 판두부에서 일반세균은 g당 최고 1000만마리, 대장균은 최고 8만마리나 검출됐다.

▼허술한 단속법규▼

경찰은 이번에 적발한 두부제조 업체의 업주 등 23명을 모두 불구속입건했다. 또 이들에게 적용된 법규는 식품위생법 제77조 제3호 등으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리도록 돼있다.

수사를 담당한 경찰 관계자는 “두부의 경우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규정해 고시하는 식품공전(公典)상의 ‘식품과 식품첨가물의 기준이나 규격’에 포함되지 않아 처벌할 근거가 없다”며 “이 때문에 식품공전에 나와 있는 ‘수질기준 위반’ 부분만 적용하다 보니 사법처리 강도가 약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솜방망이 처벌▼

불량식품 제조업자의 경우 법규미비로 구속까지 가는 경우도 적지만 구속기소돼도 대부분 벌금형이나 집행유예로 풀려난다.

4월말 인체에 해로운 물질인 메틸알코올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육류 향신료(일명 스모크향)와 건강보조식품 등을 만들어 팔아온 혐의로 구속기소된 C산업 대표 심모씨는 최근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또 보따리상 수십명을 고용, 위생상태가 불량한 중국산 고추와 마늘 참기름 등을 대량으로 밀반입한 혐의로 4월초 검찰에 의해 구속기소된 신모씨 등 8명은 구속 1,2개월 만에 1심에서 전원 보석 또는 집행유예 판결을 받고 석방됐다.

이러다 보니 적발된 업자들이 다시 불량식품에 손을 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선진국 사례▼

식품의약품안전청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불량식품을 생산 또는 유통시킨 회사나 업주는 소비자들이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해 타격을 주는 등 한번 단속에 적발되면 회사가 쓰러진다는 사회적 인식이 불량식품의 유통을 막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사과주스를 만드는 미국의 ‘오드왈라’회사는 96년 부패한 주스를 먹은 어린이 한명이 죽고 수십명이 식중독에 걸린 사건에서 유죄판결을 받고 150만달러(16억5000만원 상당)의 부패식품사건 사상 최고액의 벌금을 물었다.

또 미국에선 지난해 리스테리아균에 오염됐다는 이유만으로 3000만파운드 분량의 고기와 우유 치즈 초콜릿아이스크림 등이 ‘리콜’조치로 회수되는 등 사회적으로 엄격한 감시시스템이 가동되고 있다.

<이현두·최호원기자>ruch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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